관현악 연주의 서곡으로 무대에 자주 올려지는 곡으로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이 있다. 워낙 자주 연주되는 곡이니 선율은 익숙한데 제목을 곰곰이 뜯어보면 잠시 당황한다. ‘경기병’은 무엇일까? 언뜻 경기에 참가한 기병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곡의 영어 제목은 ‘Light Cavalry Overture’이니 가볍게 무장한 기병이다. 중무장한 기병은 느리기 마련이니 무장을 가볍게 해서 민첩성을 살린 것이다.

어떤 말에 꾸미는 말이 붙으면 본래의 뜻과 조금 달라지거나 범위가 좁아진다. 무게나 무장의 정도 등을 달리 표현할 때 쓰는 한자 ‘輕(가벼울 경)’이나 ‘重(무거울 중)’도 마찬가지다. 서양식 식사를 뜻하는 양식(洋食)에도 이를 붙일 수 있는데 ‘경양식(輕洋食)’이 그것이다. 서양의 식사는 여러 코스로 이뤄지는데 이를 조금 줄이거나 일품으로 바꾼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두 한자의 뜻이 반대이니 중양식(重洋食)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잘 안 쓴다.

경양식의 반대말로는 ‘정양식(定洋食)’이나 ‘정식(定食)’이 있다. 일본에서 서양의 음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본식으로 변형시켜 경양식이란 말을 썼다. 정통 서양식이 아닌 조금 가벼운 서양식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우리는 좀 더 좁게 받아들여 쓴다. 양식은 양식이되 정통 양식이 아닌 흉내 낸 양식의 개념이다.

‘비후스텍, 함박스텍, 돈까스, 생선까스’ 등이 메인 요리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 말이 따로 있지만 이리 써야 경양식의 맛이 느껴진다. 메인 요리 앞에 분말 수프를 사서 끓인 듯한 ‘슾’이 나온다. 큰 접시 한 귀퉁이에는 소스를 뿌린 양배추와 통조림 옥수수, 그릇으로 찍어 봉긋하게 솟게 만든 밥이 놓인다. 요즘에는 ‘정통’을 앞에 붙인 스테이크를 파는 집, ‘파인 다이닝’이라 표현하는 진짜 코스요릿집이 정양식, 혹은 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 가벼운 양식이 그립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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