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최근 미국의 한 여성 시장이 중국 스파이 활동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14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져 미국 내 대(對)중국 경계감도 커졌다. 중국계 미국인 에일린 왕(58)은 2022년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시의 시의원으로 선출돼 시장직을 겸해왔다. 그는 중국 국적 약혼자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을 위한 뉴스 매체를 운영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의 지시를 받아 신장자치구에 위구르족 강제 노동이 없다는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게시하는 등 친중(親中) 활동을 벌여왔다. 미 법무부는 그를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이적(利敵)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024년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가 간첩 혐의를 받는 중국인 사업가와 가까이 지낸 사실이 드러나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같은 해 호주에선 전직 연방 의원이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총리 가족 등의 기밀 정보를 빼내려 한 사건이 폭로됐다. 선거에서 친중 후보를 지원하고, 학계 인사를 포섭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사건도 적발됐다. 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 정권에서도 중국 당국에 포섭된 간첩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진다.
이런 사건들의 배후가 명확하게 밝혀진 적은 없다. 하지만 친중 인사 포섭과 공작,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 감시 및 회유 등에 중국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부가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통일전선은 공산당이 국내외 주요 세력과 연대하는 전술을 말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은 무력투쟁, 당 건설과 함께 통일전선을 “혁명에서 적을 물리친 3대 법보(法寶)”라고 했다.
중공 건국 이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통일전선을 부활시킨 사람이 2012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자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만·티베트·신장·홍콩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유리한 여론 조성, 해외 정치인 등을 통한 그 나라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에 집중하고 있다. 통일전선은 합법·비합법 수단이 모두 동원된다. 수만 명의 중국 공작원이 치열한 정보전과 스파이전 등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되, 배후 공작에 항상 경계의 날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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