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시계가 지역균형발전을 향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9일 뒤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인구 감소 시·군·구 89곳의 사활이 걸린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선거에 편승한 이러한 열기가 자칫 ‘표심을 위한 나눠먹기식 분산’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지난 3월, 김민석 국무총리가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되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 같은 비효율의 반복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기관 하나를 옮기는 것’을 넘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국토의 다극화된 성장 엔진을 구축하는 국토균형발전의 핵심 병기여야 한다. 지난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경험은 물리적 이전만으로는 인구 유입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줬다. 2025년 말 기준 혁신도시 가족 동반 이주율은 71%에 머물렀으며, 이는 종사자들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 진정한 지역 활성화는 공공기관이 지역 산업의 ‘앵커(Anchor)’가 돼 민간기업과 인재가 모여드는 ‘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때만 가능하다.
왜 ‘생태계 재편’이어야 하는지는 해외의 성공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국의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는 전략적 집중의 힘을 보여준다. 2011년 BBC가 주요 기능을 런던에서 맨체스터 인근의 솔퍼드로 이전할 당시 핵심은 단순한 사무실 이동이 아닌 ‘디지털·미디어 클러스터’ 구축이었다. 현재 약 4000명의 BBC 인력이 상주하며, BBC 일자리 하나당 민간 부문에서 0.55개의 추가 일자리가 생겨나는 강력한 승수효과가 나타났다. 그 결과, 솔퍼드의 창조 산업 고용은 142%, 관련 기업 수는 70%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또, 프랑스 ‘툴루즈 항공우주 클러스터’는 가치사슬 통합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프랑스 정부는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와 에어버스를 툴루즈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연구·개발(R&D)부터 제조와 데이터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전체 생태계를 한곳에 묶었다. 이러한 집적화는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라는 혁신 거점을 만들었다. 현재 이곳은 1600여 개의 기업과 1만60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활동하는 ‘유럽의 우주 수도’로 안착했으며, 이는 프랑스 전체 항공우주 인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 사례가 시사하는 핵심은 공공기관이 단순한 행정 주체를 넘어 지역의 혁신 역량을 결집하는 ‘앵커 기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을 마중물 삼아 민간의 R&D 투자가 유입되고 지역 대학이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비로소 자생적인 균형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각 지자체에 기관을 배분하는 ‘산술적 형평성’이 아닌, ‘5극 3특’ 체제 아래서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효율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로드맵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임시 청사를 활용한 선도 기관 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공행정은 이제 이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는 ‘영리하고 기민한 정부’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지자체 또한 단순 유치를 넘어 우리 지역 산업을 ‘빅 이벤트’ 수준으로 도약시킬 치밀한 생태계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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