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날’ 현직 33명 설문
학생·학부모에 들은 말 중에
31명이 감사의 메시지 기억
“선생님 덕에 교사의 꿈 키워”
“방황 시기에 만나게돼 행운”
교사들 “동반자란 느낌 받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저희 아이가 교사의 길로 한 발 한 발 가고 있습니다.”
세종 연세초 교사 박찬형(19년 차) 씨는 한 학부모가 10년 가까이 매년 스승의날 보내준 메시지를 맘속 깊이 기억했다. 이 학부모는 학생이 졸업한 뒤에도 매년 빠짐없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됐다’ ‘대학생이 됐다’ ‘군 복무를 시작했다’ ‘전역 후 복학했다’ ‘교생 실습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성장 과정을 꾸준히 알려줬다. 박 씨는 “교사로서 정말 정신없는 하루하루 속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며 “가장 큰 보람은 ‘내 교육이 누군가의 삶에 의미 있게 남아있구나’라는 확신을 얻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문화일보가 스승의날인 15일 서울시교육청·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함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교사 33명에게 주관식으로 ‘교직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학부모의 말’을 물어본 결과 31명이 긍정적인 감사와 존중의 메시지를 꼽았다. 부정적인 말을 답한 교사는 2명에 그쳤다.
폭주하는 악성 민원이 학교 현장의 큰 화두로 떠올랐지만, 교사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건 폭언보다는 따뜻한 한마디였다.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시간이 지난 뒤 찾아오거나 연락이 온 경우, “당신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했다” “당신을 보고 교사 등 꿈을 키웠다” 등의 학생·학부모 말을 기억했다. 선생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긴다는 말이 교직의 보람, 더 나아가 교사의 삶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 원동력인 셈이다.
“스승의 은혜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이민수(28년 차) 씨는 지난해 스승의날 한 학부모로부터 받았던 메시지를 소개했다. 2021년 중학교 3학년 담임 시절 한 남학생의 어머니였다. 해당 학생은 현재 교대 2학년생이 됐다. 어머니는 “저희 아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 그 고비에 선생님이 계셨지요. 선생님의 믿음과 응원 덕분에 드디어 꿈을 이뤄낸 ○○이를 보며, 감사한 마음이 더 깊어졌습니다. 존경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
중학교 국어교사 조진영(6년차) 씨는 ‘방황하던 시기에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었습니다’라는 학생의 말을 기억했다. 조 씨는 “고등학교 근무 당시 학생의 흡연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당장 벌을 주기보다는 왜 흡연을 하게 됐는지 들어주고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다”며 “각자 상황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제 진심이 전달됐던 것 같아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광주 한울초 교사 고미소(24년 차) 씨도 지난해 스승의날에 졸업 12년 만에 소식을 전해온 학생의 메시지를 기억했다. 고 씨는 “교사의 재산은 본인을 기억해주는 제자”라며 “나와의 활동을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직업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경기 남양주시 송라중 특수교사 한지수(7년 차) 씨는 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진행 중 한 학부모가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 보여요”라는 말과 함께 그날 개기월식 사진을 보낸 순간을 기억했다. 한 씨는 “학생을 함께 돌보고 응원하는 동반자라는 느낌을 받았고, 학교와 가정이 신뢰로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예린 기자, 김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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