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체육부 차장
“○○○ 감독 나가.”
프로야구에서 팀이 흔들리면 감독의 이름이 가장 먼저 소환된다. 구장 앞 트럭 시위, 온라인 성명, 응원 거부, 집단 항의로 이어지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팬들이 성적 부진에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이해되지 않는 선수 기용, 반복되는 경기 운영 실패, 납득하기 어려운 인터뷰는 비판받을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일부 흐름이 비판을 넘어 ‘공개 처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몇 경기만 흔들려도 퇴진 여론이 폭발하고, 프로야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는 조롱과 인신공격이 뒤섞인다. 여기에 트럭 시위가 뒤따르면서 불만 표출 방식도 한층 거칠어진다. 특히, 최근엔 구단 사무실이나 홈구장 앞을 넘어 모그룹 본사 앞까지 시위 트럭을 보내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팬들이 성적 부진과 구단 운영에 항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모그룹까지 직접 겨냥하는 방식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의 지원 아래 운영되는 구조라고 해도, 현장의 성적 부진을 그룹 전체의 책임으로 넓히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일부 팬 문화에는 ‘위세 과시’에 가까운 장면도 보인다. 비판의 목적보다 “우리가 바꾼다”는 과시가 비판을 앞서는 듯하다. 팬의 목소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것이 대다수 일반 팬의 시선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감독은 어려운 자리다.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반복한다. 투수 교체 하나, 대타 카드 하나가 몇 시간 뒤엔 팬들의 비난 대상이 된다. 결과론도 쉽게 따라붙는다. 이기면 명장, 지면 무능이라는 식이다. 물론 감독이라고 늘 옳다는 뜻은 아니다. 현장에도 폐쇄성과 고집, 시대착오적 운영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선 단기 성과만큼이나 긴 호흡도 중요하다. 한 시즌의 순위표만 보고 모든 판단을 내리기 시작하면 육성과 리빌딩 계획은 설 자리를 잃는다. 감독 교체는 가장 눈에 잘 띄는 처방이지만 가장 쉬운 처방이 늘 가장 정확한 해법은 아니다.
한화의 사례가 그렇다. 김응용 감독 이후 김성근, 한용덕, 카를로스 수베로, 최원호 감독이 차례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들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감독 교체는 반복됐지만, 팀이 곧바로 강팀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결국, 팀을 바꾸는 건 감독 한 명의 교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수층, 육성 시스템, 프런트의 방향성, 구단의 인내심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감독을 바꾸는 일은 쉽지만, 팀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훨씬 어렵다.
팬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프로스포츠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그래서 더 책임 있어야 한다. 견제와 압박은 다르고, 비판과 조롱도 다르다. 감독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감독을 흔드는 일 자체가 팬심의 증명이 돼서는 안 된다. 팬심은 팀을 살리는 힘이어야지, 현장을 무너뜨리는 위세가 돼서는 안 된다. 책임을 묻는 일과 사람을 몰아세우는 일은 분명 다르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선의에서 출발한 팬심은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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