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인력 4명중 1명 중국어

주류 언어 편중돼 수사 차질

“저는 한국어도 영어도 못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어 통역사를 불러주세요.”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 늦은 밤 폭행 사건으로 체포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 A 씨는 조사실에 앉아 연신 모국어만 반복했다. 야간 근무를 서던 담당 경찰관은 심야 시간대인 데다 우즈베키스탄어 통역 인력도 많지 않아 통역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 씨의 한국 지인에게 연락해 신원 보증 가능 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이 역시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A 씨는 유치장에서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통역사가 섭외된 이후에야 조사를 받을 수 있었다.

‘체류 외국인 280만 시대’를 맞아 외국인 범죄 피의자의 국적 역시 다양화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통역 인력은 일부 주류 언어에 편중돼 현장 대응 과정에서 차질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찰청에 등록된 민간 통역요원은 총 3312명이었고, 이 중 야간 대응이 가능한 요원은 217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원 기준 언어별로 살펴보면 중국어가 851명(25.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어 526명(15.9%), 영어 312명(9.4%), 일본어 228명(6.9%), 러시아어 219명(6.6%), 태국어 179명(5.4%), 몽골어 176명(5.3%) 순이었다.

현재 경찰 통역 수당은 언어와 관계없이 시간당 4만 원이다. 한 통역 업계 관계자는 “경찰 통역은 법률 통역에 해당하는 만큼 최소 시간당 7만 원은 돼야 한다”며 “영어 통역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강사 일을 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범죄는 신속 대응이 중요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훼손, 진술 왜곡, 목격자 확보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한국도 미국처럼 다문화 사회에 맞춰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경찰관을 적극적으로 고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욱 기자, 김유정 기자, 노수빈 기자
이현욱
김유정
노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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