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의 여파로 전 세계 물류 경로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쏠리면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고래들이 선박 충돌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단이 예상치 못한 해양 생태계 위기로 번지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3년 말부터 남아공 남서부 해역으로 몰려든 선박들이 고래 서식지를 관통하며 충돌 위험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봉이 위치한 남아공 남서부 연안은 세계적인 고래 서식지로 꼽힌다. 그러나 2023년 11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통항 방해에 이어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로 호르무즈 해협마저 사실상 봉쇄되자, 수많은 상업 선박이 안전을 위해 희망봉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올해 3~4월 이 지역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89척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연구진은 특히 선박의 밀도뿐 아니라 운항 속도가 빨라진 점을 지적하며, 고래와의 충돌 위험이 이전보다 4배 가까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고래는 먹이활동에 집중할 때 접근하는 선박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기후변화로 이동 경로까지 변하면서 사고 위험이 더욱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관계자는 “일부 종은 선박의 움직임에 적응해 회피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항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선박 항로를 해안에서 약간만 멀리 이동시켜도 충돌 위험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선박에 인공지능(AI) 기반 카메라를 탑재해 고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적 대안에 대한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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