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삼성전자 ‘반도체 파업’을 막을 최후 수단으로 거론되는 정부의 긴급조정 발동은 지금껏 4차례였다. 1963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등 2차례였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2차례나 거푸 행사됐다. 2005년 8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4개월 뒤인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때였다. 진보 진영 대통령의 집권기에, 노동계가 헌법상의 권리인 파업권을 제약한다며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은 여름 휴가철과 겹쳐 25일 동안 이어졌다. 비행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이 주된 이슈였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6936편 중 2208편이 결항돼 피해액이 총 3233억 원에 이르렀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국가 경제 피해와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21년전 당시에도 평균 연봉이 1억 원대로 ‘귀족 노조’로 불렸던 조종사들의 파업에 국민 여론이 따가웠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노-노 갈등’도 심각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12월 8일 연말 수출 성수기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4일 만에 긴급조정 카드를 들었다. 여객 운송도 문제였지만, 휴대전화 등 수출 화물 운송 차질이 더 큰 문제였다. 불과 4일 파업인데 업계 추산 경제적 피해는 2000억 원에 달했다. 그 여파로 2006년 항공운송사업은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됐다. 파업 시에도 일정 인원의 근로자가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업종이 됐다.

노조와 진보 진영의 반발이 거셌다. “노동행정의 수준을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시킨 처사다”(민주노총) “긴급조정은 자율교섭을 가로막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형해화시키는 위헌적인 제도”(민변)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동계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잡은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주였다. 노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친노동’ 기조다. 긴급조정은 ‘국가 경제, 국민 생활 보호’와 ‘노동 기본권 보장’이 부딪칠 수 있는 제도다. 사후조정이 또 결렬되고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하면, 이 대통령도 무엇을 우선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오승훈 논설위원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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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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