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결심 사항’이라며 조기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군사적 역량과 안보 환경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정치 일정에 맞춰 결정해도 되는가. 나토(NATO)를 보자. 영국·프랑스·독일 등 32개 회원국 군대의 전작권은 미군 장성인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이 행사하는데, 자존심 강한 유럽 국가들도 이를 ‘주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유럽은 미국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토는 미국이 유럽 방위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제도적 안전장치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은 120만 명의 병력과 핵·미사일·드론 전력으로 대한민국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반면, 국군은 올해 45만 명 수준으로, 2040년에는 35만 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공백을 메우는 핵심 억제 전력은 미국의 항공모함, 핵잠수함, B-2 폭격기, 감시정찰 위성 같은 전략자산이다. 그리고 이 전력의 신속한 전개를 보장하는 연결고리가 현행 한미 연합지휘체계다.

국군이 독자적 지휘통제 능력과 정보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른다면,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는 어려워지고, 대북 억제력은 약해질 것이다.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이 한미 연합지휘체계 약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큰 우려는 잘못된 안보 신호다. 1950년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했던 ‘애치슨라인’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 6·25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제2의 애치슨라인’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억제력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동맹의 개입 의지를 적성국이 확신할 때 유지된다.

우리 스스로 제2 애치슨라인을 긋는 치명적인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일을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해 정치 일정에 떠밀린 전작권 전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북한이 향후 10년 내 서해 일대 등에서 제한적 핵 도발을 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전작권 전환 시 핵 위협 변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핵 억제를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되,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같은 현실적 논의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다자 집단안보체제의 구축이다. 지난 4월 ‘아산 플레넘 2026’ 기조연설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의 설립을 강력히 주장했다. 한국·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필리핀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나토는 역내 힘의 공백과 안보 불안을 막는 제도적 안전장치이자 동맹국 상호 간의 촘촘한 연결망이 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지속적 안보 개입과 동맹의 대응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은 물론 중국·러시아의 팽창주의도 견제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정치적 결심’이라는 수사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은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이고 강화된 억제 구조를 구축해야 할 시기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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