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요즘 대한민국 청년 구직 시장은 빙하기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엄혹하다. 17일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2%포인트 줄었다. 특히, 15∼29세 청년층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2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청년 일자리 전망은 잿빛 그 자체다. 고용 정보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26만 명 이상을 감원했고, 지난 1분기에만 10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노동조합이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뼈아픈 일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파업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생존권을 개선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면, 이번 삼성전자노조의 파업 예고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이 1억5800만 원이나 되는데도 노조의 핵심 요구 조건 중 하나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직원 성과급(OPI)으로 지급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수십조 원의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초과이윤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설령 초과이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성과급의 규모는 연봉 기반으로 책정하는 경영적 판단의 대상이다. 특히, 성과급을 10% 또는 15%로 고정하는 것을 파업으로 쟁취하겠다는 생각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영업이익 배분의 고정 비율을 노조가 파업을 볼모로 정량적으로 강제하려는 요구는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대파업조차 물가 상승에 따른 기본급 인상이 주된 목적이었지, 기업의 핵심 투자 재원인 영업이익을 고정적으로 달라는 요구는 없었다. 숱한 파업의 역사를 가진 국내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영업이익의 특정 고정 비율을 명문화해 성과급으로 달라는 투쟁과 파업을 한 적은 드물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성과변동의 폭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2023년에는 약 15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천문학적 이윤을 근거로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려면, 천문학적 적자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에서는 벌써 올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이나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인력 감축, 자동화 설비 도입, 또는 해외 이전이라는 냉혹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외국 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노조의 강경한 입장은 결국 강경한 해결책을 찾는 도화선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라는 거목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이미 고금리와 내수침체로 많은 중견·중소 기업은 벼랑 끝에 서 있다. 글로벌 패권 전쟁과 AI 혁신 속에서 어떻게 파이를 지켜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청년들이 취업 전쟁 때문에 좌절하는 현실에서, 삼성전자노조는 그 무게에 걸맞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과연 지금 무엇이 더 절박한 선택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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