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 사회부장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에
‘국가 리스크’된 성과급 문제
勞勞갈등에 사회 비용 눈덩이
정부 親노조 정책에 혼란 가중
김대중 정부 노동정책 숙고해
미래 지향적 노사 룰 정립해야
“2021년 SK하이닉스가 연봉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시작이다.” 대기업 경영진 출신의 한 기업인은 사석에서 삼성전자 파업 예고 사태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 기업인은 “미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젊은 직원들 요구를 덥석 받아들였고, 지난해에는 성과급 상한마저 없앴다. 그때 합의를 한 경영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 기업인이 지적한 대로 ‘원죄’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젊은 직원들이 요구한 ‘투명한 보상 기준’을 인기영합적 차원에서 수용한 SK하이닉스에 있다. 하지만 국가적 리스크로 커진 데에는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 협상 타결 직후부터 불거졌던 삼성전자 노조의 무리한 요구, 이후 7개월 동안 적극적 해결에 나서지 않았던 사측과 정부에도 있다. 이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파업 시 예상되는 피해액 100조 원뿐 아니라, 노노 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까지 치러야 할 판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에 매우 다층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향후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먼저, 성과급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다. 성과급이 ‘성과의 배분’인지, 아니면 ‘근로의 대가’인지 성격부터가 불분명한데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법률적·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반도체 기업의 역대 최대 실적이 ‘그들만의 잔치’인가 하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반도체 같은 국가전략산업은 세금 감면과 전력·용수 우선 공급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작동하지 않고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계 내부의 계층화 및 균열과 노동운동의 성격 변화라는 새로운 현상을 되짚어봐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노동기본권 실현’을 내세웠던 노동운동은 21세기 들어 ‘귀족 노조’라는 집단 출현에 직면해 있다. 공공부문 대 민간부문, 원청 대 하청기업, 정규직 대 비정규직, 기성세대 및 청년세대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도 심해지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속에서 양대 노총은 기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가 한국 경제의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 노사관계의 사법화 우려와 정부 노동정책의 편파성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의 사용자성에 대한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다. 개인사업자 형태인 특수고용노동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지만, 지방노동위는 반대 해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법원에서 판단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친(親)노조 성향이 강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노조 필증을 받지 못했지만, 공공운수노조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해온 화물연대도 노조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일단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21일 예고된 파업을 사흘 앞둔 18일 사후조정에 다시 나서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조정권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 ‘뉴노멀’ 확립을 위해 중장기 노동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을 면밀히 살펴보길 권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김대중 정부는 2002년 공공부문 연대 파업 당시 원칙적 대응을 통해 대량 해고와 징계를 단행했다. 동시에 노사정위원회 출범을 통해 사회적 대화를 시도했고, 노동시장 유연화에도 나섰다. 이 덕분에 김대중 정부는 IMF를 조기 졸업했고, 정보기술(IT) 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 국민은 ‘주가 8000’ 시대를 만든 공로가 미국·이란 전쟁 와중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린 주인공은 개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내부 ‘돈 잔치’보다는, 영업이익을 미래를 위해 투자해서 다시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은 삼성전자 전유물이 아니다. “자연적·사회적 운도 ‘집단 자산’ 때문에 가능하다”(존 롤스의 ‘정의론’)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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