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토론회 계기로 전재수·박형준 정면충돌…검찰 진정·팩트체크·논평전까지 확전
통일교 시계 수수 의혹 vs 엘시티·조현화랑 특혜 의혹…도덕성 공방에 선거판 요동
산업은행·동남투자공사·글로벌허브법·청년 일자리까지 충돌…방송 조사선 오차범위 접전
부산=이승륜 기자
6·3 지방선거를 2주가량 앞두고 부산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경쟁이 TV토론회를 계기로 전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열린 지역신문 초청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통일교 시계 수수 의혹’과 ‘엘시티·조현화랑 특혜 의혹’ 등 도덕성 문제를 두고 거친 설전을 벌였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동남투자공사,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청년 일자리 정책 등을 둘러싸고도 정면 대결을 이어갔다. 토론 직후에는 양측 캠프가 보도자료와 팩트체크 카드뉴스, 검찰 진정서, 논평전까지 동원하며 막판 선거전이 사실상 ‘정책+네거티브 총력전’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거인멸 몰랐나” vs “흑색선동 말라”…통일교·엘시티 의혹 난타전
1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제신문 토론에서 가장 치열했던 쟁점은 전재수 후보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었다. 박형준 후보는 토론회 주도권 토론에서 “수사기관에 안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아니라 까르띠에 시계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시민들에게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며 전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어 “보좌관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는데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 후보는 “이미 4개월 동안 34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고 결과도 나왔다”며 “일체의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보좌진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공소장 단계인 만큼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컴퓨터를 망치로 부순 건 아주 흉악한 증거인멸”이라며 “부끄러운 일을 감추고 거짓말하는 시장을 시민이 원하겠느냐”고 재차 압박했다.
토론 직후 박 후보 선대위는 실제 행동에 나섰다. 선대위는 이날 오전 부산지검에 전 후보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 후보 측은 합동수사본부가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까르띠에 시계와 현금 외에 불가리 시계 수수 의혹이 수사 대상에서 빠졌고, 수뢰액이 3000만 원 이상으로 인정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으로 공소시효가 10년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실상 봐주기 수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 후보 측은 “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급하다고 부산 시민의 시간을 악의적인 흑색선동에 써선 안 된다”고 반격했다. 전 후보는 토론 말미 자신의 발언 기회를 활용해 “저는 수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불법적인 금품 수수가 없었다고 밝혔다”며 “정치 공세를 위한 흑색선동은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후보 측의 반격 포인트는 박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와 배우자 관련 의혹이었다. 전 후보는 “엘시티를 팔겠다고 해놓고 왜 안 팔았느냐”며 “아내와 자녀 명의 두 채를 합치면 시세차익이 100억 원 가까이 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어 “많은 부산시민이 박 후보가 시세차익 때문에 매각 약속을 못 지킨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즉각 “이게 바로 음해이고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가족이 살고 있는 집과 별개 물건을 억지로 합쳐 시세차익 100억 원이라고 하는 건 엉뚱한 이야기”라며 “팔지도 않은 집의 차익을 어떻게 확정하느냐”고 맞받았다.
공방은 조현화랑과 풍피두센터 의혹으로 이어졌다. 전 후보는 “박 후보 재임 기간 배우자가 운영하는 조현화랑 매출이 4배 늘었다”며 “풍피두 미술관 MOU 체결 출장에 왜 조현화랑 소속 작가가 동행했느냐”고 추궁했다. 또 “하필 조현화랑 바로 앞에 부산시 예산 1600억 원을 들여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것에 의문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조현화랑과 관련해 비리나 문제가 있다면 부산시장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응했다. 그는 “화랑 매출 대부분은 해외 매출이며 부산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10년 넘게 추진된 달맞이공원 사업을 특정 화랑 앞마당 사업처럼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무 출장에 어떻게 전속작가가 따라가느냐. 의혹을 한꺼번에 던지고 답변 기회도 주지 않는 게 전형적 네거티브”라고 주장했다.
토론 이후 전재수 후보 캠프는 별도 팩트체크 카드뉴스를 공개하며 다시 맞불을 놨다. 전 후보 측은 “박 후보가 풍피두센터 공무 출장에 전속 작가가 따라간 적 없다고 했지만 당시 방송 화면 등을 보면 조현화랑 전속 작가가 실제 동행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또 박 후보가 토론 과정에서 “부산시민의 날은 10월 3일”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부산시민의 날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산포해전 승전을 기념하는 10월 5일”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준 후보 측도 곧바로 재반박 자료를 냈다. 박형준 후보 캠프는 “2022년 1월 풍피두센터 방문 당시 배우자의 출국 기록 자체가 없었다”며 “전속작가는 현지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수준이지 공무 출장 인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엘시티 시세차익은 실현 이익이 아닌 미실현 평가 차익이며, 공공미술 납품 의혹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달맞이공원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박 후보 측은 “2002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20년 넘게 추진된 사업”이라며 “실제 현장을 보면 공원과 해당 화랑 사이 거리가 700m 이상 떨어져 있는데 특정 화랑 앞마당 특혜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경위와 공적 절차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업은행·글로벌허브법 충돌…부산 미래 전략 놓고 정면 대결
정책 공방도 토론회 내내 치열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전 후보의 동남투자공사 공약을 두고 두 후보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은 민주당도 과거 찬성했던 사안인데 지금 와서 사실상 막고 있다”며 “투자공사가 어떻게 은행을 대체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고래고 동남권투자공사는 멸치”라는 표현까지 쓰며 전 후보 공약의 실효성을 공격했다.
전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는데 집권여당이던 국민의힘이 결국 해내지 못했다”며 “또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어 “동남투자공사는 단순 은행 대체가 아니라 행정·기업·사법·금융 기능을 집적화해 부울경 제조업과 인공지능(AI)산업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두고도 양측은 정면 충돌했다. 박 후보는 “전 후보가 대표 발의했던 법안을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문제가 있는 법처럼 말하고 있다”며 “지역 발전 법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 후보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경남통합특별법과 특구 지정 권한과 재정 구조 등에서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환경 변화 없이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법무법인 두 곳에서 두 법안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재반박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시각 차이도 뚜렷했다. 박 후보는 “상용근로자 100만 명 돌파, 정규직 증가율 전국 특별·광역시 1위, 기업 투자 유치액 28배 증가 등이 지난 5년 성과”라며 “BGF·쿠팡 물류센터와 조선 3사 R&D센터 유치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후보는 “숫자에 취해 부산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지표를 들고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양질의 일자리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 해사전문법원 유치, HMM 본사 부산 이전, 서부산 AI산업벨트·동부산 미디어AI 육성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구상을 제시했다.
◇격차 좁혀진 여론조사…“정책 경쟁 넘어 네거티브 총력전”
토론회 이후 양측 캠프는 논평전까지 이어갔다. 전 후보 캠프는 “박 후보는 숫자에 취해 자화자찬하고 MOU로 무능을 포장했다”며 “정책 검증 대신 막말과 고성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무차별적으로 퍼뜨리는 전 후보의 태도가 부산시장 후보로서 최소한의 자격마저 의심케 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전 후보에게 ‘무제한 정책 토론’도 공개 제안했다. 박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가덕도신공항처럼 부산의 운명을 결정할 정책 의제가 많다”며 “허위 주장과 종결된 사안 재탕으로 토론 시간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증 공방을 내려놓고 정책만으로 무제한 토론하자”며 “부산 시민은 흑색선전이 아니라 비전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부산시장 선거가 정책 경쟁을 넘어 도덕성·검증 중심 네거티브 총력전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접전 양상이 이어지면서 양측 모두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흔들기에 동시에 나선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7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후보는 44%, 박형준 후보는 38%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전 후보는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했고, 박 후보는 4%포인트 상승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2%였다. 이번 조사는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8.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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