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부동산정책과 그 반동

 

李 다주택자 압박 뒤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 시장행위자 악마화로 공급 왜곡

로베스피에르의 최고가격제 닮은 李 도덕정치… ‘선의’는 정책 실패의 면죄부 아냐

다주택자를 겨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초기의 진정 효과를 잃고 시장의 역습 앞에 섰다. 한국부동산원의 17일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덕적 가격정치가 시장의 공급 반응을 오판할 때 생기는 역설이다.

◇이재명의 집값

올 들어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트리플 강세’ 조짐이 뚜렷하다. 매매가격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의 영향으로 한동안 상승 폭이 둔화됐다가 다시 반등했고, 전월세는 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 속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5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3.10%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3%의 약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월세가격 상승률은 0.63%로,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다주택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등으로 매도를 압박하면서 잠시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분명해졌다. 여기에 전세물량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가 겹치면서 전세·월세 가격을 같이 밀어 올리는 트리플 강세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다주택자 때리기’가 주택 공급과 임대시장, 그리고 실수요 심리를 동시에 건드린 역설로 읽을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만 규정하고 압박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긴장감을 줄 수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자이기도 한 이들을 밀어내면서 매물을 잠기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가 오르면 실수요자는 ‘차라리 사자’는 쪽으로 이동하고, 그 수요가 중저가 매매시장과 외곽 지역으로 번지는 구조가 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를 시장의 병인(病因)으로 지목했지만, 시장은 그들을 임대 공급의 한 축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주택자를 향한 정책 압박은 공급 부족, 전세의 월세화, 서울 선호심리 등과 결합해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 다주택자를 겨눈 칼끝이 무주택 세입자와 실수요자의 주거비로 돌아온 셈이다.

◇로베스피에르의 빵값

프랑스혁명 이후 공포정치 시절, 최고지도자 로베스피에르의 최고가격제에 따른 민심 이반 효과는 현대정치에서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당시 문헌들은 시민을 위한 최고가격제가 파리 노동자나 상퀼로트로 하여금 궁지에 몰린 로베스피에르를 구하러 움직이지 않은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대혁명 직후부터 프랑스는 전쟁과 내전, 곡물 부족, 아시냐 지폐 남발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가 중층적으로 겹쳐 있었다. 국민공회는 1793년 7월 27일 매점매석 처벌법을 통과시킨 뒤, 9월 29일엔 곡물·육류·연료 등 생활필수품과 임금의 최고한도를 정하는 ‘일반최고가격법(Loi du maximum general)’을 채택했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상점은 비고, 농민과 상인들은 물건을 숨기거나 암시장으로 돌렸다. 반면 동시에 시행된 임금최고제는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게 적용됐다. 도시 노동자 입장에서는 물가는 오르고 물건은 사라지는데, 임금만 묶인다는 불만이 커졌다. 분명한 점은 이 불만이 결정적 순간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을 방어해야 할 거리의 동력을 식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로베스피에르가 1794년 7월 28일 단두대로 끌려갈 때 시민들이 외쳤다. “빌어먹을 최고제!(Foutu le maximum!)”. 최고가격제는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선의’에서 시작됐지만 결과는 공급절벽, 품질저하, 그리고 진열대의 공백이었다. 테르미도르의 반동 뒤에는 최고제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로 보내는 길을 열어준 것은 한때 그의 이름을 환호했던 거리의 침묵이었다.

권력은 민생을 구한다며 가격에 개입했지만, 시장은 사라졌고 임금은 묶였고 민심은 떠났다. 로베스피에르의 몰락 배경에는 국가가 가격과 임금, 민심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혁명권력의 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덕정치의 위험

“빌어먹을 최고제!”를 외쳤던 프랑스 시민들의 분노처럼, 다주택자 규제를 통한 주거 안정이라는 대통령의 선의도 주거 취약계층과 청년 세대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가격과 공급의 상호작용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 일변도로 갈 때 어떤 위험이 닥치는지, 통계와 지표들이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중이다.

정치가 시장 안의 한 행위자를 ‘악의 원천’으로 지목하는 순간, 정책은 가격·공급·심리를 함께 건드리는 도덕극이 된다. 로베스피에르는 빵값을 잡으려다 빵집의 진열대를 비웠고, 이 대통령은 집값을 잡으려다 임대시장의 공급 심리와 실수요자의 불안을 함께 흔들었다. 두 정책의 공통점은 시장을 도덕의 언어로 단순화한 데 있다.

다주택자는 수도권 집값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공급 부족, 정비사업 지연, 금리, 유동성, 학군, 직장 접근성, 대출 규제, 세금, 인구와 가구 구조 등이 함께 만든 결과다. 이 복잡한 구조에서 다주택자만을 뽑아 ‘악’으로 만들면 설명은 쉬워지지만 정책은 거칠어진다.

다주택자에게 더 과세할 수도 있고, 불로소득 환수를 정책 목표로 잡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 거래를 막고, 보유를 버티게 하고, 전세를 줄이고, 월세 전가를 부추기며, 실수요자의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이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다. 프랑스혁명기의 최고가격제가 가격을 명령했지만 공급을 설득하지 못한 것처럼, 다주택자 때리기는 매도를 명령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로베스피에르가 실패한 것은 빵값을 걱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빵이 시장에 나오는 방식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바로 그 지점에서 위험해지고 있다.

◇시장의 복수

권력은 언제나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로베스피에르가 최고가격제로 빵값을 묶자 상점은 비었고, 이재명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하자 매물이 잠겼다. 두 장면은 하나의 교훈을 공유한다. 시장을 악인의 음모로만 읽는 권력은 시장의 복수 앞에 선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로베스피에르’는 프랑스혁명기 자코뱅파의 핵심 지도자. 혁명 초기엔 보통선거와 봉건제 폐지 등 개혁을 추진했지만, 권력 집중과 대량 숙청 등 공포정치 끝에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축출됨.

‘최고가격제’는 1793년 프랑스혁명기 곡물·고기·기름·가죽·종이 등 생필품에 가격 상한을 뒀던 정책. 하지만 공급절벽으로 인플레이션과 매점매석 등 부작용을 부르면서 실패로 끝남.

■ 세줄 요약

이재명의 집값: 올 들어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트리플 강세’ 조짐. 다주택자를 겨냥한 대통령의 잇단 메시지와 정책으로 ‘매물 잠김’이 생긴 것. 다주택자를 겨눈 칼끝이 무주택 세입자와 실수요자의 주거비로 돌아와.

로베스피에르의 빵값: 1793년 프랑스혁명 정부는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최고가격제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공급절벽과 급격한 인플레였음. 국가권력이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오만은 로베스피에르 몰락의 한 배경이 됨.

도덕정치의 위험: 대통령의 집값, 로베스피에르의 빵값은 도덕적 가격정치의 단면임. 시장 행위자를 악마화할 때 권력은 공급 왜곡이라는 ‘시장의 복수’ 앞에 서게 됨. ‘선의’는 정책 실패의 면죄부가 될 수 없어.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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