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요즘 광화문 거리를 걸으면 여기가 서울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외국 관광객이 꼭 한번은 들러야 하는 광화문광장과 청계천, 경복궁 등이 있기 때문에 늘 외국인으로 붐빈다. 그만큼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광화문광장에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1968년에 만들어진 이순신 장군 동상. 원래 이 자리엔 4·19 기념탑이 예정돼 있었지만,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구국의 영웅이자 무신(武臣)인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움으로써 군인 출신인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왕복 20차로의 세종대로가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 오면서 중앙분리대를 없애고 광화문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에 따라 2009년 8월 광장이 만들어졌다. 광장을 만들면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인 세종대왕 동상이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에 세워졌다. 이것 또한 거대한 중앙분리대가 광장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이 일면서 2022년 지금의 광화문광장이 탄생했다.

광화문광장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조선 시대 광장’이라는 비판이 많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없고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기념물만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팔러먼트 광장에는 제2차 대전의 영웅인 윈스턴 처칠 총리의 동상이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내셔널몰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등 두 개의 상징 거리가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세운 워싱턴기념관이다. 근처엔 베트남전 전몰자 위령비와 6·25전쟁 전몰자 위령공원이 위치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기념물인 개선문 바닥에는 제1차 대전 참전 무명용사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 22개국과 한국을 포함해 23개국을 상징하는 ‘감사의 정원’을 만들었다. 4만 명에 달하는 유엔군의 희생 위에 대한민국이 있음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원오 후보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이를 철거하거나 전쟁기념관으로 옮기겠다고 한다. 누굴 기억하느냐가 그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조선 시대에 갇혀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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