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저 실적을 냈는데도 노사갈등으로 시끌시끌하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상한 기준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줄 것을 명문화하자면서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21일부터 파업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이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면 긴급조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자, 노동계는 강력 반발한다. 한국노총은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의 긴급조정권 네 차례 모두 파업 발생 이후에 발동됐는데, 이번에 파업 전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파업이 발생하면,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2.5% 수준인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로 인한 국내경제 악영향,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따른 460만 삼성전자 주주뿐 아니라 1450만 주식투자자의 막대한 손해를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감내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보인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가 사측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6일 이재용 회장이 “노동조합과 삼성 가족 우리는 모두 한 몸, 한 가족”이라며 “매서운 바람은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회장이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노사 협상을 현 상황까지 방치한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의 갈등은,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며 지난 2월에 기본급의 2964%(연봉 1억 원을 받는 직원 기준으로 약 1억500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할 때부터 예측됐다. 정부가 사회적 압력을 동원하는 등으로 SK하이닉스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부터 제동을 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영업이익의 12%, 평균 4억6000만 원의 삼성전자 성과급 중재안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10년 급여 근사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따른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과 삼성전자노조의 유사한 성과급 요구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병폐인 양극화를 더 키울 것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제도화보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협력업체 근로자와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 3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많은 협력업체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고 파업에 직면할 것이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만 1000개가 넘는다. 협력업체 노조와의 노사갈등이 심해지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되고 우리나라 경제도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노사갈등과 관련해 18일 SNS를 통해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경영권 존중의 첫걸음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노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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