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우울증이 전보다 회복된 것 같은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아 걱정입니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했는데 팀장님이 저에게 공격적으로 대하고, 세 명이 하던 일을 저 혼자 하도록 시키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잠도 못 자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가 어렵고 계속 눈물이 흘러 병원을 내원해보니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부터는 공황과 불안 증상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무기력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감각해지고, 좋은 일을 해도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아 두렵습니다.
A : 모든 증상이 동시에 호전되진 않아… 무감동은 부작용일 수도
▶▶ 솔루션
증상의 회복에는 시차가 있으며 드물게는 항우울제 때문인지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의 우울은 슬픔과 다릅니다. 화가 많거나, 무기력이 더 큰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많아서가 아니라 좋을 때 좋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즉 긍정적인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우울의 주요 증상입니다. 각 감정은 각자의 시계가 있기 때문에 회복되는 과정은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회복 순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면이나 식욕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증상이 좋아지고, 그다음으로 공황 발작이나 불안과 같은 교감신경이 항진된 증상들이 나아집니다.
반면 무기력은 불안 증상에 비해 조금 더 늦게 좋아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집중력은 가장 회복이 늦게 됩니다. 일부 증상이 호전되고 일부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을 때에는 더 초조하고 불안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심할 때와 달리 무엇인가를 시도하는데 예전처럼 기쁘거나 몰입할 수 없어 좌절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만 좋아지는 게 아닐까, 더 좋아지기는 어려운 건 아닐까 초조해지기 쉽습니다. 증상별로 좋아지는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회복 과정이 덜 힘들 수 있습니다.
현재 복용하시는 약의 용량을 알 수는 없지만, 드물게 항우울제 유발성 무감동 증후군(apathy syndrome)도 있으므로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에서 많이 발생하며 항우울제 용량이 약간 넘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치료에서 어려운 점은 사람마다 적절한 용량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효과를 보기 어려운 극소량에서도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에 항우울제로 인한 것이라면 다른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항우울제로 교체하거나 감량 등을 상의해볼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삶의 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 치료를 받는 것인데, 마냥 참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자와 상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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