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타이드, 사상의 썰물과 밀물 - (12) 광역통합 필요성과 성공열쇠

 

기술·인재·관용 모이는 ‘메가지역’서 혁신생태계

日 간사이 광역연합·佛 메트로폴 성공 사례 꼽혀

공통과제 해결 위한 자발적인 협력 제도 등 눈길

고도의 조세·지출 권한 없으면 도시발전 불가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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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집권당의 정치적 이념지향과 관계없이 추구했던 대표적 목표는 지역균형발전이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일부를 강제로 지방에 갖다놓는다고 균형발전이 달성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초광역화다.

초광역화는 심화하는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특히 한국의 경우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반시설과 인적 자원을 분산해 균형 발전을 꾀하는 전략으로 의미가 있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을 합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확대 재편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특별법이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 6·3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을 뽑고,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전·충남과 부산·경남 등에선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이 통합에 더 적극적이었으나, 정부가 인센티브 제공에 치중한 통합을 추진하자 진정한 광역통합이 아니라며 반대로 돌아섰다.

◇초광역화의 필요성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는 저서 ‘창조계급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 및 후속편 격인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을 통해 경제성장의 핵심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메가 지역(Mega-regions)’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발전의 ‘3T’ 모델을 제시했는데, 3T는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다. 인재와 기술이 광역거점인 도시로 집중될 때 혁신생태계가 커진다. 관용은 그들이 모일 수 있도록 개방성·포용성·다양성을 가진 곳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라는 책에서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도시라는 공간에서의 접촉이 ‘지식의 전파(Knowledge Spillover)’를 통해 혁신을 일으킨다고 짚었다. 인재들이 집적된 곳에서 지식이 빠르게 확산할 때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사람이 빠져나간 디트로이트는 몰락했지만, 새로운 산업(금융업)의 혁신이 폭발한 뉴욕은 부활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특히 글레이저 교수는 ‘규모의 경제’를 강조했다. 광역화는 인적 자원의 이동성을 높이고, 해당 광역 단위에는 인재와 지식의 밀도가 높아져 혁신이 일어나고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광역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교육과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는 게 글레이저 교수의 설명이다.

◇선진국의 초광역화 모범사례 =선진국에서는 일본의 간사이(關西) 광역연합, 프랑스의 메트로폴(Metropole) 등이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생적 광역 경제권역을 형성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간사이 연합은 도쿄(東京) 일극체제에 맞서 교토(京都)부, 오사카(大阪)부, 시가(滋賀)현, 효고(兵庫)현, 도쿠시마(德島)현 등 12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해 2010년 출범했다. 단체장들이 △광역 방재 △관광문화진흥 △산업진흥 △의료 △환경보전 등 총 7개 사무를 분담해 집행한다. ‘광역계획의 사상’ 및 ‘광역계획과 지역의 지속가능성’ 등을 집필한 오니시 다카시(大西隆)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사무를 통합해 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오니시 명예교수에 따르면 간사이 연합은 자생적 연합이다.

중앙 주도 통합이 아니라, 공통과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능별 협력을 제도화해 나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2010년 이후 기초지자체 여러 개를 묶어 메트로폴로 지정했다. 리옹, 마르세유 등 주요 대도시권에 광역 행정권한을 부여, 경제·환경·교통 정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크리스티안 르페브르 귀스타브에펠대 교수는 ‘메트로폴리스의 거버넌스’에서 기초지자체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광역단위 의사결정권만 메트로폴이 행사하는 ‘중층적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고도의 자치권이 성공의 조건 =초광역화 행정통합이 의미를 가지려면 고도의 자치권과 조세권이 중요하다. 이런 권한 없이는 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다. 월러스 오츠 메릴랜드대 명예교수는 저서 ‘재정 연방주의(Fiscal Federalism)’에서 지역 정책은 지방정부에서 최적의 효율성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정부가 자체 조세·지출 권한을 가져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츠 명예교수는 연방정부는 거시경제 안정과 소득 재분배 등만 담당하고, 교육·교통·지역개발 등은 지방정부 몫이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머스그레이브 하버드대 명예교수도 ‘공공재정론(The Theory of Public Finance)’을 통해 정부의 3가지 기능 중 (거시경제) 안정화와 재분배는 연방정부, 자원의 배분은 지방정부가 맡아야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또 재분배를 위한 소득세는 중앙이, 재산세와 소비세는 지방이 나눠 거둬들여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오츠 명예교수와 머스그레이브 명예교수는 지방정부가 재정과 조세권을 갖지 못하면 껍데기뿐인 자치에 불과함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워싱턴대 교수였던 고(故) 찰스 티부는 ‘정치경제학 저널’에 발표했던 ‘지방지출 순수이론(A Pure Theory of Local Expenditures)’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공공서비스·조세 조합을 찾아 옮기는 ‘발로 하는 투표(Voting with Feet)’ 개념을 제시했다. 그 결과 선호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므로, 지방정부 간 경쟁을 통해 공공재가 더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는 게 이른바 ‘티부 가설(Tiebout Hypothesis)’이다. 그런데 지방정부에 조세권이 없다면 이런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전도 할 수 없고, 시민에게도 손해가 된다.

“‘준연방제’자치분권 모델이 현실적”

■ 한국에서 실현가능성

초광역화를 추진하는 목적은 통합을 통해 광역자치단체들의 덩치를 키워 궁극적으로 균형발전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방제 또는 준연방제를 도입해 지방정부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분권화가 한국에서 실현 가능할까.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저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대전환: 자치분권 2.0시대의 개막’에서 자치분권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짚었다. 그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기능을 중앙정부가 수행하는 것은 호미로 할 수 있는 일에 트랙터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모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분권강화 지방정부형’은 사안에 따라 대통령령 등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대신 혁신적 개혁은 어렵다. ‘지역정부형(준연방제)’ 모델은 행정체제를 초광역화하고 높은 수준의 권한을 이양하는 형태다. 17개 시·도를 5개 초광역단체로 개편하는 안이 제시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장점이 많지만 헌법이 개정돼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시·도의 통합을 전제로 하므로 자치분권의 정치성 때문에 추진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연방제’는 국가를 연방정부와 주정부로 구성하고, 주정부가 독자 헌법을 갖는 체제다. 김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모형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방소멸 위험과 저출생·고령화 등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 자치분권은 불가피하다. 완전한 연방제는 어렵지만 준연방제 수준을 목표로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게 국내 학계의 대체적 견해다.

용어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로 1992년부터 경제이론과 도시 경제학을 가르쳐 왔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도시 경제학 실무단을 이끌고 있으며, 국제성장센터(IGC)의 도시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다. ‘도시 경제학 저널’의 공동 편집자도 맡고 있다. 광역 도시권 형성의 효과를 단순한 물리적 확장이 아니라 인적 자본의 집적과 효율적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한다.

지식의 전파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지식의 전파(Knowledge Spillover)를 “똑똑한 사람들 곁에 있음으로써 자신도 더 똑똑해지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거대한 광역도시는 정보와 암묵적 지식의 신속한 교환을 촉진해 아이디어의 인큐베이터로 기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이나 인도 뭄바이는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성훈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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