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왔을까. 5월이 거느린 작은 탄생. 작은 죽음.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느낄 수 있다. 죽고 나서 또 다른 몸으로 우리에게 오는 것들. 봄이라는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 남지은 ‘있는 힘껏’(시산문집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스승의날이 지나고 나자 마음이 놓인다. 아이고, 부처님오신날이 남았네. 내려놓으려던 마음을 허겁지겁 챙긴다. 어린이날 지나 어버이날 지나 스승의날 지나 초파일. 각각의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입장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5월이 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어째서 죄 5월인 거야. 6월이 7월이 9월이 하나씩 나눠 가지면 여유로울 텐데. 나야 아내와 둘이라 단출하지만, 식구 많은 집은 바람 잘 날 없고 챙길 일 많아 힘들지 않으려나. 아이 둘과 함께 살며 맞벌이하는 동생 내외는 퍽 힘겨울 것 같다. 여러 날 한데 묶어 가족모임을 하자고, 제안한 까닭은 그 때문이었다. 한두 달 사이 동생은 눈에 띄게 야위었다. 얼굴도 까맣고. 여전히 씩씩한 동생은 크게 웃고 신나게 떠들지만 나는 영 속상해서, 애꿎은 조카 녀석들만 괴롭혔다. 인석들. 너희가 내 동생 못살게 굴었지. 아이들은 히히 웃었다. 내 말 속 절반의 진심은 짐작도 못 하고, 외삼촌이 그저 장난치는구나, 여기는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동생의 제안을 따라 인근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몇 번 가보았는데 참 좋더라는 곳이었다.
공원 곳곳으로 여기저기 뻗어 있는 소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활짝 열린 드넓은 5월 하늘, 그 아래 푸릇한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거기서 온갖 곳에서 모여든 가족들이 화창함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만 납득하고 말았다. 가족들 모이기 가장 좋은 계절이 5월이라는 것을. 동시에 5월의 소중함도. 오랜만에 찍는 가족 단체사진도 마다할 이유 없는 그런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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