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작가 인터뷰

 

“여성 무대로 이끄는게 시대흐름

문학, 쓸모없어 보이지만 강력”

 

심사위원 “로맨스·탈식민 소설

모두 성공 ‘이중의 위업’ 달성”

대만 소설가 양솽쯔 ⓒ YJ Chen
대만 소설가 양솽쯔 ⓒ YJ Chen

“지금 이 순간이 역사적인 임계점일지도 모르죠. 여성이 무대에 오르고, 그 여성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는 시대로 가는.”

대만 작가 양솽쯔(42·사진)가 19일(현지시간)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2024년 대만 작가로는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번역가인 린킹과 함께 거머쥐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 최근 연이은 아시아 여성 작가의 국제적 활약에 대해 묻자 양솽쯔는 “시대의 흐름은 확실히 여성들을 (중앙) 무대로 이끌고 있음에 동의한다”며 이 순간을 ‘임계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쓰기를 통해 이 세계와 대화하고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청사진과 비전을 그려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젊은 여성, 동성애자, 하층민 등 비교적 사회적 가장자리에 속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데, 현실 세계에서도 이들에게 공감하고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대해 “로맨스이자 예리한 탈식민주의 소설로서 모두 성공을 거두는 이중의 위업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두 여성 인물의 관계에 집중한 퀴어문학 장르인 ‘백합’을 일제강점기 시기 대만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에 녹여낸 그만의 ‘역사 백합물’이 통했다는 의미다. 수상작인 ‘1938 타이완 여행기’도 1930년대 대만을 찾은 일본 여성 작가 치즈코와 대만인 여성 통역사 치즈루가 남부 여행을 하며 느끼는 미묘한 연애 감정을 그린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점에서는 한국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그는 “강점기 식민 경험은 깊이 새겨진 역사의 상흔이며 어느 곳에서도 절대 간과할 수 없다”며 “내 관심은 현대인들이 이 역사의 상흔을 어떻게 대면하고, 그걸 어떻게 오늘의 현실적 에너지로 바꾸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독자들이 이런 작품에 공감한다면 제게 가장 감격적이고 흥분되는 일일 거예요.”

작가는 오는 28일 한국을 방문한다. 예정돼 있는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수상 직후 한국 독자들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2025년에는 알려지기 전이라 내 작품을 본 한국 독자를 만나보지 못했다”며 “마침 그 후 내 대표적인 역사소설 두 권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는데 한국 독자들의 소감이 궁금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상작을 비롯해 ‘쓰웨이가 1번지’ ‘꽃 피는 시절’ 등 그의 작품이 연이어 출간됐다.

양솽쯔는 2014년 문학 연구자이던 쌍둥이 여동생과 ‘양솽쯔’(양씨 쌍둥이)라는 필명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다음해에 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부터 홀로 양솽쯔라는 필명을 안고 그는 동생의 연구를 발판 삼아 끝내 소설을 완성했다. 문학의 힘으로. “문학은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강력하게 행동합니다. 저는 문학의 힘을 믿어요. 사상의 세계에서 문학은 단 한 번도 대화를 포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만 작가 양솽쯔(왼쪽)가 번역가인 린킹과 함께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19일(현지시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대만 작가 양솽쯔(왼쪽)가 번역가인 린킹과 함께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19일(현지시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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