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민족주의·反이민’ 개혁당 대승… 英정치 지각변동
2석→ 1454석… 의석 29% 차지
물가 못잡은 노동당에 시민 실망
野 역할 못한 보수당에도 등돌려
패라지 중도 흡수하며 잠룡 부상
가상자산 후원금 미신고는 변수
윤리위 징계땐 자격 정직 가능성
강경 우파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이달 초 열린 영국 지방선거에서 노동당·보수당으로 대표되던 영국 양당체제의 아성을 누르고 대승을 거두면서 영국 정치 지형이 대격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떠 ‘메가’(MEGA·영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나올 정도로 영국 내에서 강해진 반(反)이민·민족주의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국개혁당이 100년 넘게 노동·보수 양당으로 양분되던 영국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브렉시트 찬성 운동으로 정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 영국개혁당을 창당했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번 선거까지 대승으로 이끌며 차기 총선에서 총리직까지 노릴 수 있는 확실한 잠룡으로 떠올랐다.
◇‘아웃사이더’ 영국개혁당의 지방선거 대승…반이민·민족주의 제대로 공략= 지난 7일(현지시간) 진행된 영국 지방선거 및 지방의회 선거에서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은 ‘역대급 대승’을 거뒀다. 잉글랜드 지역 지방의회의 경우 이번 선거 전까지 단 2석에 불과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전체 의석 중 29%인 1454석을 얻었다. 이는 선거 전 2564석에서 1068석으로 줄어든 노동당과 1364석에서 801석으로 감소한 보수당보다 많은 최다 의석이다. 14개 지방의회에선 과반 의석도 확보했다. 영국 구성국인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자치의회에서 영국개혁당은 원내 2당으로 약진했다.
이처럼 영국개혁당이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비결로 최근 영국에서 거세진 반이민과 민족주의적 성향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024년 집권한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브렉시트 이후 유입이 급감한 유럽 출신 이민자 대신 중동·남아시아·아프리카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인 것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분노가 영국개혁당에 대한 지지로 환원됐다는 것이다. 일부 강경 우파 유권자들은 반(反)스타머 시위 등에서 영국의 이민정책 실패를 주장하며 “영국은 포화상태”라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다. 최근에는 비(非)백인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강제 추방해야 한다는 뜻의 신조어인 ‘리마이그레이션’(remigration)도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영국개혁당이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이민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나 물가 등 민생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스타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내세운 것이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당은 제1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분열을 겪으며 대체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잃고 있다.
◇승리 이끌며 차기 총리 잠룡으로 떠오른 패라지 대표는 누구…브렉시트 찬성운동으로 이름 알려= 영국개혁당의 이 같은 대승 이후 선거를 이끈 패라지 대표는 단숨에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당시 영국독립당 대표였던 패라지 대표는 ‘탈퇴’(leave) 진영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영국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패라지 대표는 지난 2024년 영국개혁당을 창당하고 하원의원에 당선돼 의회에 입성했고 이번에 본인의 정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영국개혁당은 2024년 총선에서 하원 5석밖에 획득하지 못했지만 이후 지지율이 급등해 지난해 초부터 전국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34%까지 기록하며 집권 노동당(22%)을 12%포인트 차로 앞섰고, 지난 13일 조사에서도 26%를 기록하면서 각각 16%, 18%를 기록한 노동당과 보수당 지지율을 앞질렀다. 영국개혁당이 현재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패라지 대표의 총리 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이 진보·보수표를 모두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일부 증명된 만큼 영국개혁당의 총선 승리가 충분히 가능하고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 받아 조사받게 된 것이 변수= 다만 최근 패라지 대표가 가상자산 투자자로부터 받은 500만 파운드(약 101억 원)를 자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의회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게 된 점은 변수다. 패라지 대표는 2024년 7월 총선 직전에 태국에 기반을 둔 영국 가상자산 억만장자 투자자 크리스토퍼 하본으로부터 500만 파운드를 받았으나 의회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패라지 대표가 가상자산 산업 규제 철폐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금전 거래가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징계 결정 시 위원회에는 패라지 대표의 의원 자격 정직 처분 등을 내릴 권한이 있다.
박상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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