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문화부 차장
최근 라하브 샤니의 지휘로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의 협연을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은 경험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몰려든 클래식 팬들에 눈이 동그래진 것도 잠시, 조성진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연주를 감상하자 ‘과연 조성진’이라는 경탄이 나왔다.
한편 콘서트홀 객석에 앉아 있으니 기억 저편에 저장되어 있던 30여 년 전 같은 장소의 기억이 떠올랐다. 프로 ‘어른’ 음악가들이 펼치는 연주와 공연을 눈앞에서 보게 된 열 살 남짓한 아이에게 공연장은 더할 나위 없이 웅장하고 세련돼 보였다. 하지만 문화부 기자가 되어 30여 년 만에 본 모습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인을 사로잡고 한국인 음악가들이 세계 콩쿠르를 휩쓰는 시대인데, 대표적인 공연장의 모습이 낡아간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뿐 아니었다. 공연 관람 며칠 뒤 찾은 평일 낮 예술의전당은 널찍한 공간이 무색하게 적막했다.
이런 한산함은 몇 해 전에 갔던 영국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와 대비됐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시내 중심에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곳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터미션 동안에는 가벼운 음료와 간식도 판매한다. 이를 즐길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음악의 여운과 함께 코번트 가든을 내려다보며 샴페인 한 잔을 할 수도 있다. 다양한 ‘굿즈’를 파는 기념품숍도 인기다.
이 상황을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해온 장한나 신임 사장도 알고 있었다. 그는 취임하며 “넷플릭스·유튜브와 경쟁하겠다”면서 잠깐 와서 공연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곳, ‘종착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32년간 해외 연주를 다니면서 시대를 이끈 문화예술 기관들을 보았고 미래의 비전이 있다”고 주먹을 쥐고 강조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가 헤쳐가야 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예술의전당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65억여 원 흑자에서 2024년 76억여 원 적자로 돌아섰다. 총 관람객 수는 2024년 206만9099명으로 역대 최대치인 2013년 293만2968명과 비교하면 71%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유행기 이전인 252만여 명에도 못 미친다. 적자를 만회하고 내부 살림을 다져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임명된 그를 두고 “예술가가 행정과 경영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세계 무대의 경험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온 그의 궤적을 볼 때 행정가 출신이 아니라는 약점은 그가 가진 강점에 비하면 크지 않다. 그는 노르웨이 트론헤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음악감독으로 2017년부터 2025년까지 활동하며 유럽 공연장의 재정 운영 방식을 직접 경험했다. 세계 주요 음악 기관들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는지, 예술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하는지를 체득한 것이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시점에 그의 국제 네트워크가 기획력과 만난다면 예술의전당 부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2028년 40주년을 맞는 예술의전당이 장 사장의 젊음과 식견, 도전정신으로 새롭게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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