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역주의 강한 곳 무투표 많아

기초의원 후보 부족도 큰 문제

日도 갈수록 늘어 12% 웃돌아

 

편하지만 자질 검증 기회 없고

경쟁 사라지면 지방정치 퇴보

찬반투표 등 보완책 만들어야

지난 15일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등록이 끝나자마자 전국에서 513명의 무투표 당선이 확실시된다.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했거나 의원 정수만큼, 또는 그보다 적게 출마해 투표 없이 자동으로 당선자가 확정된 선거구는 307곳이다. 이번 무투표 당선자는 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305명, 비례제 기초의원 97명이다. 법률상 기초단체장인 광주 서구청장(김이강), 광주 남구청장(김병내), 경기 시흥시장(임병택)도 투표 없이 7월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무투표 당선은 대체로 지역주의가 강한 호남과 영남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주의가 강한 지역에서는 도전자의 정당 소속 후보가 어지간해서는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구청장이 무투표 당선된 3곳 가운데 2곳이 광주이다.

지역적으로 볼 때도 무투표 당선은 특히 지역 정체성이 강한 곳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령 지역주의가 약한 인천에서 비례제 기초의원의 무투표 당선은 2006년 강화군에서 1명, 2010년 강화군과 옹진군에서 1명씩 나왔다. 강화나 옹진은 섬지역으로 경제나 문화적 유대가 타지에 비해 각별하다. 최근에는 무투표 당선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 차이도 허물어지고 있다.

무투표 당선은 광역단체보다 기초단체에서 더 빈번한 편이다. 이번에도 광역의회 의원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108명인 데 비해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는 그보다 약 3배(305명)나 된다. 전국의 시·도의회 의원선거 지역구 수가 약 800개가 안 된다면, 기초 자치의회인 구·시·군의회 의원선거 지역구는 2600개가 넘는다. 이러다 보니 기초단체 수준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를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또한, 선거의 중요성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비례제 광역의원은 무투표 당선자가 없는 데 비해 기초의원은 97명이나 된다.

구·시·군의회 의원선거의 무투표 당선이 지역구에 비해 비례에서 더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제4, 5, 6,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뚜렷했다. 그런데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그 흐름이 역전돼 비례대표(63명)보다 지역구(144명)에서 무투표 당선이 더 많아졌다. 그 추세는 2026년에도 비례대표(97명)보다 지역구(305명)가 더 큰 차이를 보이며 이어졌다.

처음부터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1995년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 6.2%로 시작된 무투표 당선이 2006년 0.1%까지 줄었다가 2022년에 11.2%(294명)로 급증했고, 2026년에는 305명으로 더 늘었다. 2006년에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됐고 유급제도 채택됐기 때문에 영향을 본 것으로 보인다. 광역단체 수준에서도 1995년 무투표 당선은 전체의 4.6%를 차지했다가 2006년에 1.9%로 대폭 감소한 뒤 2022년에 13.9%(108명)로 역대 기록을 세웠다. 2026년 무투표 당선자는 4년 전과 똑같이 108명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6·3 지방선거의 무투표 당선자(513명)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22년 지방선거 기록인 508명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무투표 당선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랜 일본의 무투표 당선이 2007년 통일지방선거에서 7.8%였는데 2011년에는 9.4%로 증가했다가, 2015년에는 다시 11.4%를 거쳐 2019년에는 12.4%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3년 일본의 홋카이도 쇼산베쓰(初山別村) 촌장 선거에서는 1971년 이후 50여 년 동안 무려 13회 연속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무투표 당선 제도는 현행 선거법 체제에서 선거 비용을 줄이고 절차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난 뒤 선거운동이 중단되면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할 기회도 사라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무투표 당선이 늘어나면 그러잖아도 허약한 지방자치와 대의민주주의가 계속 퇴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후보 수를 제시간에 확보하는 것이 불가하다면 유권자가 찬반 투표라도 해서 고르게 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후보를 더 찾을 시간을 준 뒤 임기 첫 재·보궐선거 때 함께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게 하는 건 어떨까.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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