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은 내용도 형식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부총리급인 이 위원장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직접 발송한 행정관은 실무자급이라고 한다. 개인의 오만한 행태를 넘어 청와대 및 정부 내부의 시스템 붕괴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마지못해 20일 공개했다는 이메일 내용을 보면, 국민통합비서실 행정관은 요청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향후 국정 운영 및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통합위 업무를 위한 해외 출장에 청와대 인사를 포함시켜 달라고 했는데,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통합위 직원들을 압박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참모진의 권한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나 적어도 수석비서관이 예우를 갖춰 하는 것이 옳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냈다는 파문도 연상시킨다.
윗선의 뜻인지, 호가호위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 위원장이 여러 번 쓴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행태는 매우 부적절하다. 통합위는 내편 챙기기가 아니라 국민 통합을 위한 기구다. 다른 입장을 검토해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이 대통령은 곧 취임 1년을 맞는다.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했던 취임사 초심을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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