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 시간을 불과 1시간여 앞둔 20일 밤 노사가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파업 강행 시 최대 100조 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노사가 한발씩 물러선 결과다. 재계와 노동계에서는 5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봉합되는 데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파업을 막기 위해 집요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20일 오전 삼성전자 노사의 3차 사후조정도 결렬로 끝났지만, 이 대통령은 오후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상식’을 언급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도록 무력을 준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세금도 떼기 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을 사측이 거부해 협상이 결렬된 것을 고려하면 예상을 깬 비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이달 중순부터 삼성전자 파업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지속적인 메시지를 띄웠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 “과유불급 물극필반(過猶不及 物極必反)”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줄기찬 ‘실용적 개입’이 최종 파국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1일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하다”며 “끝까지 중재에 임해준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출간한 저서 ‘쉬운 정치, 김남준’에서 이념이 아닌 결과를, 명분보다 해결을 중시하는 것이 이재명식 실용정치의 출발점이라고 적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산업계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대기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앞으로도 결과와 해결에 방점이 찍힌 실용기조를 통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성장과 도약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나윤석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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