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행정부시장 단장 ‘기업 위기대응 TF’ 운영…협력사 특례보증·근로자 지원 착수
체불임금 110억 원 이상 파악…“금양과 직접 소통 사실상 중단”
부산시 “특혜 아닌 일반 투자유치 절차”…“지역 첨단산업 생태계 위축 막겠다”
부산=이승륜 기자
한때 시가총액 10조 원에 육박하며 ‘이차전지 대장주’로 불렸던 부산 향토기업 금양이 결국 상장폐지 결정까지 받으면서 부산시가 긴급 대응 체계 가동에 나섰다. 부산시는 협력업체와 근로자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양을 부산형 첨단산업 전환의 상징처럼 홍보해왔던 만큼 투자유치 책임론과 지역 산업정책 전반에 대한 후폭풍도 커지는 분위기다.
부산시는 21일 금양 사태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기업 위기대응 TF’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TF는 총괄대응·기업애로지원·경영안정지원·고용안정지원·언론관리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시는 우선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원스톱기업지원센터 내에 금양 관련 긴급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협력업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기업별 상황에 맞춰 신용보증재단·고용노동청 등 유관기관 지원제도를 연계 안내하기 위해서다.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이차전지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는 ‘준재해·재난 특례보증’ 신규 트랙도 가동한다. 지원 규모는 100억 원이며 업체당 최대 1억 원 한도로 지원된다. 시는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 신고는 없지만 상장폐지 결정 이후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지원책도 마련됐다. 부산시는 시청 일자리종합센터와 해운대센터에 통합상담 창구를 운영해 취업 상담·알선, 직업훈련, 수당 지급, 체불임금 구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노동청과 함께 파악한 체불임금 규모는 현재 110억 원 이상이다.
금양은 1955년 설립된 부산 향토 중견기업으로, 발포제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후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장 동부산 E-Park 산업단지에 8000억 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고용 목표는 1000명이었다.
기장공장 전체 계획 투자 규모는 1조2000억 원 수준이었다. 토지 873억 원, 공장 건설 3594억 원, 장비 구축 등 약 8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부산시는 당시 원스톱 투자지원 전담공무원(PM)까지 운영하며 인허가와 전력·용수 문제 해결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금양은 이차전지 부문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 확대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유상증자 철회, 몽골 광산 실적 논란 등이 겹치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와 올해 연속 외부감사 의견거절을 받았고, 이달 20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기장공장은 공정률 87% 수준에서 멈춰 있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은 이미 유치권을 행사 중이며 법원은 지난 2월 강제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현재 금양 직원 수는 약 150명 수준으로, 지난해 490명에서 크게 줄었다. 부산시는 “이미 상당수 인력이 지역 내외 다른 기업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산시는 “지역 향토기업 위기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양에 대한 지원은 일반적인 투자유치 절차와 규정에 따른 행정 지원이었다”며 특혜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이차전지 산업 열풍 속에서 금양은 지역 산업구조를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프로젝트였다”며 “특정 기업 주가 부양을 위해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실제 금양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나 금융 지원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신 인허가 절차 지원과 투자 관련 행정 협의, 전력망·용수 문제 조정 등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위기 징후를 지속 모니터링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지난 3월 행정부시장 주재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금양 경영위기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이후 부산상의·부산은행·산업부 등과 협력 체계를 가동해왔다. 산업부에는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와 고용 위축을 막기 위한 지원도 요청한 상태다.
부산시는 현재 금양과의 직접 소통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경영 상태나 재정 상태 공유가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 다양한 기관과 금융권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번 사태가 지역 이차전지 산업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번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양 분야 특화 나트륨이온배터리와 해수전지 등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중심 기술개발과 시제품 사업을 계속 지원해 지역 첨단산업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양 측은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정리매매 절차는 일단 중단된다. 다만 최근 5년간 상장폐지 관련 가처분 신청 85건 중 실제 인용된 사례는 2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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