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훈의 Deep Read - 삼성전자 성과급 투쟁
與 강행 노봉법은 노조 강경 투쟁의 ‘원죄’… 협력업체-산업 전반으로 맹확산 중
‘영업이익의 성과급 분배 제도화’ 부당… 노·사·정, 건강한 가이드라인 세워야
삼성전자 영업이익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노사 협상이 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오는 27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 있지만 일단 최악은 피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봉합’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노조가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의 자본 기여분 등이 포함된 영업이익을 성과급의 재원으로 요구하며 사 측을 상대로 강경 투쟁을 벌여 상당 부분 관철한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성과급 투쟁 배경에는 지난 3월 여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자리 잡고 있다. 노조의 성과급 투쟁은 이미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영업이익과 성과급
올 들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즉, 초호황기를 맞아 영업이익이 급격히 상승했다.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57조 원을 넘어서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756% 증가를 기록했다. 그중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94%나 되고,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66%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노조가 기본급 인상 외에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연봉 50%로 제한된 성과급의 상한을 폐지하며, 이를 단체협약 등으로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배수진으로 강경 투쟁을 벌여 왔다.
영업이익이란 회사의 전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급여 등 영업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공제한 이익을 말한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는 영업이익 중 세금과 자본비용을 공제한 실질적 부가가치 이익이다. 회사가 EVA 중 일정 비율을 성과급의 재원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근로자의 사기 진작이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일 뿐, 이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지급으로 볼 수는 없다. 즉 ‘경영성과급’은 엄밀히 말하면 근로자 개인의 근로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과는 구분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영업이익에는 주주 등 투자자의 자본 기여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영업이익을 성과급의 재원으로 요구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으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삼아 성과급을 산정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당하다. 근로자의 성과급 계산은 영업이익이 아닌 EVA를 기초로 산정해야 맞는다.
◇노조 요구의 부당성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영의 본질적 사항은 의무적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성과급은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자기자본·타인자본의 규모, 지출비용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물로 보아 임금으로서의 성격이 부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성과급을 상당 기간 상당액으로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한다면, 주주는 회사의 실적이 저조할 경우엔 바로 이익배당에 반영돼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근로자는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한 회사의 실적과 무관하게 일정 비율의 성과급을 받게 되므로 불공정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급이 우발적이고 불연속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노조가 영업이익 일정 비율의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은 성과급의 본질과 기능에 반한다.
기업의 이윤은 재투자하거나 주주 등 투자자들에 대한 이익배당의 재원으로 분배돼야 한다. 이를 근로자에 대한 경영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것은 경영자가 회사의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범위에서 지급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지, 근로자 측이 파업 등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삼을 일이 아닌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을 갖는다”면서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라고 강조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 대통령은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노조의 요구를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이란 원죄
만약 경영자가 근로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회사의 수익 향상보다는 근로자들의 사익 추구를 돕는 일로 회사에 그만큼 손해를 끼치는 것임을 알면서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이는 ‘배임죄’에 저촉될 수 있다. 설혹 경영자가 임무위배행위에 대한 인식이 없고 단순과실에 불과하더라도 연대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사 타결은 ‘영업이익의 성과급 배분 제도화’라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전례 없이 과도한 경영성과급을 요구한 배경에는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이 있다. 올해 초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안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 의석을 통해 강행 처리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법안” 등의 반대가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법안 시행 전 ‘근로조건의 결정’으로 제한됐던 노동쟁의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됐고, 이는 노조의 과도한 경영성과급 요구의 토대를 제공했다.
또 법안에 사용자의 범위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됨으로써 이번 성과급 투쟁이 2만여 하청업체와 자회사에까지 확산될 여지를 남겼다. 나아가 반도체산업을 넘어 조선·통신·플랫폼 등 산업계 전반의 수많은 하청·협력업체로까지 성과급 투쟁이 확산되는 것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이 만들어낸 ‘지옥도’다.
◇잘못된 성과급 제도화
국가산업 경쟁력의 전반적 약화를 막기 위해서는 노란봉투법의 재개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즉시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확산되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고, 노사는 혁신성장을 가로막거나 영업이익의 분배를 명문화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향후 성과급 제도가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모적인 노동쟁의를 방지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보상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사례를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세대 겸임교수, 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용어설명
‘EVA’, 즉 경제적 부가가치는 기업이 일정 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세후 이익에서 주주나 채권자의 요구수익률을 차감한 지표. 초과이익 또는 초과손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돼.
‘경영성과급’은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영업이익이나 경영평가 등 회사 성과에 연동되는 경영성과급은 근로 제공과의 직접 관련성이 낮아 쟁의행위 대상이 되지 않아.
■ 세줄 요약
영업이익과 성과급: 영업이익에는 주주·투자자의 자본기여분 등이 포함돼 있어 노조가 영업이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것은 타당성 없어. 근로자의 성과급 계산은 영업이익 아닌 EVA를 기초로 산정돼야.
노조 요구의 부당성: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영의 본질적 사항은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 아냐. 대통령의 지적대로 노조가 ‘영업이익 일정 비율의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은 성과급의 본질과 기능에 반한 것.
노란봉투법이란 원죄: 여권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이 노조 강경 투쟁의 명분을 제공. 성과급 투쟁은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맹확산 중. 노사정이 성과급의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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