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권 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 전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이재명 정부의 각 군 사관학교 통합이 가시화하면서 사관학교 출신들의 반발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통합사관대학교(안)는 2+2학제로 1·2학년은 통합해 교양·기초 군사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에서 심화교육을 통해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반대론자들은 장교 양성 체계를 흔들고 국가안보를 허물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다.
사관학교(Academy)는 전문 직업군인을 양성하는 특수목적 교육기관으로, 일반대학(University)과는 교육목표와 인재상(像), 진로 구조가 다르다. 국군은 통합군이 아닌 육·해·공군 병립군제인 합동군(Joint force)으로, 합동성은 군의 공동 목적 달성을 위해 2개 이상의 군종(軍種)이 협조해 전투·작전·훈련 간 발휘되는 구조다. 전쟁 개념, 군 구조·지휘통제체계, 각 군 교리·무기체계 등을 고려해 협동·합동훈련(작전), 군·병과별 직무보수교육, 각 군 대학과 합동 군사대학 교육 등을 실시하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관학교 통합으로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공인된 교리나 이론·실증 사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병가(兵家)의 상식과 다르다. 각 군의 특성 내재화와 군인의 정체성도 정립되지 않은 생도에게 통합교육으로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논리는 집터와 기둥도 없이 지붕부터 얹겠다는 발상과 같다. 장차 육·해·공군의 필수 요구 능력과 통합사관학교의 인력 양성 관점의 불일치는 군 전투력을 해칠 게 분명하다. 미국·프랑스·영국 등이 육·해·공군의 정체성·전문성·독립성을 유지하며 각 군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사례를 살펴야 한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보다 직업군인 선호도 제고와 사관학교 경쟁력 강화, 간부 장기 근무 활성화 등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군 수뇌부 첫 인사에서 4성 장군 7명 전원과 중장 31명 중 20명을 물갈이한 후과 최소화도 마찬가지다. 계급에 상응한 근무 기간과 제대별 필수 경험이 요구되는 군의 특수성을 외면한 결과다.
한편, 통합 반대 측은 6·25 등 국란 극복과 조국 근대화, 국가 보위의 중추 인력을 양성해 온 사관학교 통합과 지방 이전을 반대한다. 하지만 과거 군사쿠데타를 자행한 정치군인들이 군 조직을 사유화하고 제한경쟁으로 보직·진급을 독식하는 등의 부조리·폐단에 침묵하는 이기적 체리피킹 행태는 합리적이지 않다. 호국 헌신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디에 학교가 있느냐보다 교육목표와 인프라 구비가 더 중요하다. 찬반 양측 입장을 고려해도 각 군의 특성·정체성·책임윤리 등을 외면한 사관학교 통합 방안은 거둬들이는 게 옳다.
굳이 정부가 비용·효율성·통합성을 들어 통합을 강행한다면 차라리 의학·법학 전문대학원처럼 가칭 ‘군사전문대학원’ 설치를 제안한다. 정치적 부담과 기회비용이 적고, 세금도 절약하며 장교 품성·책임윤리는 몰라도 전문 기능인력은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전이 물리적 플랫폼 중심에서 인공지능(AI)·데이터·사이버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장차 장교 역량은 정보·감시·정찰(ISR)·우주·사이버·특수전 등의 연계·통합력과 의사결정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장교 1명 양성 비용도 사관학교는 연간 약 6000만 원인 반면, 전문대학원은 연평균 등록금이 법학은 약 1425만 원, 의학은 약 1700만 원으로 가성비가 더 크다.
실용은 서둘기보다 목표와 원칙에서 나오고,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