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법제처장
신록의 5월도 저물고 있다. 1963년에 작고하신 이양하 선생은 ‘신록예찬’에서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 같은 그의 청춘 시대’라고 했다.
신록의 아름다움은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생명력에서 나온다. 생명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여는 힘이다. 법제처 사업 중에도 이제 막 움트는 신록처럼 찬란한 가능성을 품은 것이 있다. 세계 각국의 법령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 법제 정보 서비스’이다.
세계법제정보센터(world.moleg.go.kr)는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3개 언어권 58개 국가의 법령 원문과 번역본을 제공한다. 지난해 361만 명 이상이 이용했을 만큼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는 ‘맞춤형 해외 법령정보’ 신청을 통해 원하는 외국 법령의 원문이나 영문본을 5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고, ‘법령 번역 수요조사’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 번역을 요청할 수도 있다.
수출이 유망한 산업 분야와 관련된 법령정보는 별도로 제공한다. 식약처 등 산업별 주무 부처나 협회 등이 수출 기업의 수요를 조사하면, 법제처가 적합한 해외 법령 원문을 수집하고 번역해서 제공한다. 콘텐츠·화장품 등 7가지 산업 분야별 법령정보를 제공하는 중이고, 올해 패션·게임 등을 추가해 총 13개로 서비스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해외 법령 정보의 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어, 현재 기업이 요청하는 번역 수요의 40%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법령을 번역하고 관리할 인력이 더 필요한데, 예산의 한계로 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가 없다. 무엇보다, 해외 법령의 수집과 번역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수출에 필요한 최신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법제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2월까지 15개월에 걸쳐 ‘공공 행정 서비스 혁신(AX)’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법률 번역에 특화된 AI 번역기를 개발하고 해외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사실을 자동으로 탐색해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한다. 또, 일상 용어를 기반으로 한 검색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법령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일지라도 쉽고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나아가, 최신 해외 법령 원문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AI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법제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AI를 활용해 해외 법령을 한국어로 찾고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위해 올해 정보화 전략계획(ISP)을 세우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2027∼2029년 3년에 걸쳐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신규 서비스가 도입되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최신 규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기업이 해외 법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를 활용한 세계법제정보 서비스 혁신은 이제 막 첫 싹을 틔우려는 참이다. 싹이 몇 개 날지, 얼마나 크게 자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이즈음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는 이양하 선생의 글처럼, 국민을 즐겁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성실히 키우고 다듬어 나가겠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