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최전선 지켰더니 빚더미
전국 35곳 작년 적자 1678억원
체불임금 부산 33억·속초 20억
감염병 전담 지정때 외래 중단
해제된 후에도 환자 안 돌아와
병상 가동률 60%대로 떨어져
‘코로나19 극복 일등 공신’이자, 의정갈등 속에서도 진료실 불을 끄지 않았던 전국 지방의료원의 적자가 지난해 16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병원에서 기피하는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지방의료원은 공공 의료 체계의 핵심이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에서는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22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총 적자는 1678억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1601억5600만 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누적 적자만 6353억9600만 원에 달한다.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직원들의 월급 등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곳도 지난해 7곳에 달했다. 속초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한때 직원들의 수당과 급여 체불 금액이 20억7100만 원에 달했다. 부산의료원도 연차수당과 상여금 등 33억4483만 원을 체불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서귀포의료원, 강진의료원, 청주의료원에서 10억 원 이상의 체불금액이 발생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 김영완 서산의료원 원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흑자가 나는 곳도 있었고 적자 폭이 이렇게 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의료원들이 적자로 돌아선 데에는 코로나19 시기 정부의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중단하다시피 하고, 입원하고 있던 병동 환자의 대부분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2022년 6월에는 대부분 지방의료원의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이 해제됐지만 만 3년이 지난 뒤에도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이라는 이미지의 악영향으로 환자들 사이에서는 지방의료원 기피 현상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환자들한테 병원을 옮기라고 내쫓다시피 하니 욕설과 항의가 빗발쳤었다”며 “악감정을 가지고 떠난 환자들이 다시 돌아올 리는 만무하다”고 하소연했다.
국민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공공병원 기여도 인식과 이용의 상충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76.5%가 코로나19를 통해 공공병원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조사된 공공병원 이용률은 40.2%에 그쳤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병상가동률이 80.5%에 달했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병상가동률은 50%를 밑돌았다. 지난해 64.2%까지 오르긴 했지만 병원 유지에는 턱없이 모자르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역의료원은 비급여 진료 제한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병상가동률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며 “지방의료원만의 예산을 마련해주고 지원도 늘려야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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