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 무용수 안재용
‘백조의 호수’로 3년 만에 韓공연
마요 감독이 첫눈에 알아본 인재
이제 세계 무대 주인공 자리매김
“무대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지만, 한국 무대는 제게 특별합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안재용(34)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 무용수는 “발레는 철학을 몸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발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감상해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용은 최근 ‘백조의 호수(LAC)’의 주역으로 ‘발레 인생의 시작’이었던 한국에 3년 만에 돌아와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백조의 호수’는 안무 거장인 장 크리스토프 마요의 대표 레퍼토리로 아름다운 동화를 걷어내고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집중한 대표작이다. 안재용이 연기한 왕자는 어릴 적 트라우마와 권력욕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고전 발레의 순진무구한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를 향한 의존, 아버지의 강압적인 기대, 그리고 첫사랑을 잃은 혼란함까지. 발레의 기교 위에 심리극을 얹은 마요의 세계관을 안재용은 직설적인 몸의 언어로 풀어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입단 10년을 맞은 그와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인 마요와의 인연은 운명적이다.
성형외과 의사를 꿈꾸던 소년은 소프라노인 누나의 권유에 첫 발레 공연을 보고 깊이 매료됐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남성 무용수들의 강렬한 에너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재용은 바로 누나에게 “발레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작품은 마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18세에 발레에 입문한 안재용은 또래 친구들이 이미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하던 그때 “팔 하나를 드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선화예고 편입 후 하루 10시간씩 연습을 하는 열정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마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했다.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았다. 그가 영상으로 심사받고 돌아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갑자기 매니저가 뛰어왔다. 마요 감독이 막 극장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단장실로 들어간 안재용을 보자마자 감독은 “오, 마이 뉴 보이(Oh, my new boy)”라며 환영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신데렐라’의 왕자, 그리고 ‘백조의 호수’의 지크프리트 왕자까지…. 마요는 ‘페르소나’ 안재용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하며 그의 예술적 한계를 확장시켜 왔다. 2019년 신작 ‘코펠리아’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의 창조자 역을 함께 창작했다.
발레 거장 마요가 찾아낸 ‘뉴 보이’는 이제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을 떠나는 이 주인공은 다음 내한 일정을 묻는 질문에 “자주 오고 싶지만 아마도 2∼3년 후가 될 것 같다”면서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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