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의 맨 뒷부분에선/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이 부른 후렴구가 반복되고/ 그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후의 비가 내려서/ 너의 어깨는 젖지 않고/ 나의 두 발등은 젖은 채로// 나의 우산을 생각합니다
- 하재연 ‘여름 이야기’(시집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매년 오월이 되면 내가 운영하는 서점은 ‘작약주간’이라 부르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독자가 작약 한 송이를 선물하면, 우리 서점에선 한 권 시집으로 화답하는 것이다. 호응이 좋아서, 작약주간이 끝날 즈음 서점은 작약 구름으로 아름다워진다.
올해는 행사 시작이 좀 늦고 말았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더위까지 한몫해서, 작약을 찾아 이곳저곳 꽃집을 떠돌아다닌 이들도 꽤 되는 모양이다. 미안함 너머로 이 소동마저 좋기도 하다. 우리가 언제 꽃을 구하기 위해 꽃집마다 방문해 보겠는가. 해마다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이와 같은 ‘일’을 벌이는 까닭이다. 뜻밖의, 의외의 기분을 느껴 보는 것, 나는 이것이 시 읽기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시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낯선 감정·감각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수상함이 ‘나’를 단단히 결속하고 있는 한계를 깨부수고 더 멀리 더 넓게 닿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렇게 이해라 부르는 공통 감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곳에서 사랑이 자라난다. 둥글고 환하게. 꽃병에 꽂혀 서점을 장식하고 있는 예순 송이 남짓한 작약을 본다. 저것은 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가교이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긴 띠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연대이기도 하다. 매번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작약들 모두 시들고, 도리 없이 여름이 찾아올 때쯤, 우리 서점은 10주년을 맞게 된다. 놀랍거나 자랑스럽기 이전에 사랑스럽다. 서점이 아니라 이 서점을 이루어온 우리의 이야기가. 저 둥글고 환한 작약들보다 더. 시로 이어가는 우리의 돌림노래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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