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의 하나로 고교 내신 5등급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최근 조사를 보면, 2025년 전 교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고교 1학년생(현 고2)이 전국적으로 4500명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 9등급제를 적용했던 2024년에 비해 1등급이 6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대학 입시에서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고1 내신성적이 낮으면 기대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에서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내신 경쟁이 매우 치열한 자율형 공립고의 경우 2020년에는 자퇴율이 0.5%였는데, 2024년에는 2.5%로 늘었다. 이러한 추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변별력 저하와 자퇴생의 증가 문제를 해소할 대안이 필요하다.

고교 내신 5등급제 대안은 고교학점제와 연관해서 검토해야 한다. 학점제는 본래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하지만, 절대평가만 시행할 경우 내신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르는 문제와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상대평가 5등급제를 병기하는 방안이 시행 중이다. 따라서 고교 내신 5등급제의 부정적 혼란이 있더라도 그것이 고교학점제를 근본부터 흔드는 게 아니라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 변별력 확보의 문제는 고교학점제와 절대평가 체제의 고교 교육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대학이 먼저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석차 등급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면적인 평가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학생이 단순히 높은 내신 등급을 받기 수월한 과목을 들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진로에 맞춰 어려운 심화 과목을 들었는지를 구별하는 평가 체제를 도입해 수요자 중심의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교도 석차 등급 이외의 적절한 평가 자료를 제공하는 학점제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 외에도 다양한 과정 중심 평가 결과를 체계화해서 제시하거나, 오지선다형 지필고사 대신 서술 및 논술 평가를 객관적 채점 기준인 루브릭(rubric)을 활용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교 내신 5등급제가 유발하는 불안감 때문에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공부하는 경험이 결국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교 교육에서 특히 상위권 학생들이 자퇴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드러나는 한 단면이다. 고교 재학 중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며 공감하는 경험을 쌓기보다는 개인적인 학습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이를 용인하는 대학 입학 평가 시스템이 있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의 개인적인 학습 경험과 더불어 다른 학생과 협업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역량을 중요시한다는 평가 준거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 학습 역량과 함께 미래 역량으로 주목받는 소통·협업·공감 역량을 고교 재학 중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평가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한편, 고교는 다양한 정규 교과목뿐만 아니라 비교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3가지 역량 개발에 힘써야 한다. 특정 대학 입학 외에도 다양한 성공 경로가 있음을 보여주는 진로 교육도 필요하다.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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