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삼성전자 노사 협상안이 27일 오전에 끝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73.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노조 측의 요구가 그대로 집행되면 수억 원의 성과급을 차지할 DS(반도체) 부문은 좋겠지만, DX(완제품) 부문의 불만이 커서 노노(勞勞)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일부 주주가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려는 노주(勞株) 갈등도 엿보인다. 세칭 ‘노란봉투법’을 매개로 협력업체 근로자의 요구도 빗발칠 것이며,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의 반발도 예상된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의 변동이 심하고 불황을 맞으면 그 여파가 오래간다. 김영삼 정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을 과신하고 유입된 달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1997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다. 김대중 정부는 반도체 과잉투자 정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삼성전자는 그대로 두고 LG반도체와 현대전자를 통합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경영권을 차지한 현대전자는 반도체 이외의 다른 사업은 모두 매각해 반도체 하이닉스로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사업 부진이 계속돼 자금난에 빠졌고, 2012년에 SK그룹이 인수해 SK하이닉스로 안정시켰다.

지난 상반기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모두 호황이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특출하다. 주력 제품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가격은 급등했고 매출액이 치솟아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두 기업의 주가는 급등해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법인세 세수도 급증했고, 주식 거래 활성화로 증권거래세도 많이 걷혔다. 두 회사가 약정한 성과급을 올해 모두 지급하면 근로소득세 세수는 대폭 늘어날 것이다. 회사가 손금 산입을 통해 줄일 수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이지만 고액 급여에 추가되는 성과급에는 최고 45%까지 소득세가 부과된다.

예기치 못한 고액 성과급에 따른 혼란도 심각하다. 국회가 대주주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만 몰두하면서 이사의 힘은 약해졌고,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무리하게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다 못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는 10%, 삼성전자는 10.5%로 못 박았고, HD현대중공업 노조는 30%까지 주장한다. 반도체와 조선 같이 경기변동이 심한 업종에서는 성과급 기준으로 영향을 덜 받는 영업이익을 순이익보다 선호한다. 2027년부터 시행될 국제회계기준(IFRS)18에서 영업이익에 포함될 사항이 더 늘어나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유지하려면 초과이익 대부분을 신규 투자에 사용해야 한다. 성과급은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보유를 의무화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처럼 성과 보수가 제대로 정착된 곳에서는 직군별 평가와 개인 기여도를 정교하게 반영해 성과급을 차등적으로 지급한다. 그리고 사업 실적이 악화하면 회복 시점의 재고용을 약속하고 즉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모든 조합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성과급은 취지에 어긋난다. 기업 성장을 통한 고용 증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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