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투키디데스함정 운운 시진핑
대만 장악 집중하겠다는 결기
4연임 결정될 2027년 변곡점
평양 방문 실행되면 중대 변수
李 정부 전작권 회수에 中 관심
한미 틈새는 대만 문제에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란 전쟁에 이어 중국의 대만 장악 공세가 본격화하는 기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대한 러시아’ 망상에 빠져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고 이란 공습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때 ‘투키디데스함정’을 거론하며 대만 문제를 꺼낸 것은 예사롭지 않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 때 “중국과 미국이 투키디데스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 대국 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는지는 역사적 질문”이라며 “나와 당신이 대국의 지도자로서 함께 써내려가야 할 시대의 응답”이라고 했다.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키디데스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대만 얘기를 한 것은 시 주석의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투키디데스함정은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에서 주장한 분석 틀로, 기존 패권국이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과 갈등하면 전쟁이 난다는 것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이 전쟁을 피하려면 중국의 부상을 막지 말고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라는 점에서 미 학계에선 대중(對中) 유화론으로 비판받았다. 반면, 중국은 차이나 패권을 정당화하는 담론으로 여기며 체제 선전에 활용했다.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이 주장을 했는데 올해는 여기에 대만 문제를 얹은 것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핵심 메시지는 ‘중국의 대만 장악을 미국이 막으면 전쟁이 난다’는 경고다. 충돌을 피하려면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쇠퇴하는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을 막으려다 몰락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를 미국의 쇠퇴 징후로 간주했던 중국은 2016·2024년 미국 대선으로 트럼프 시대가 열리자 미국 패권의 몰락에 대한 확신을 굳힌 듯하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대만 장악 시도에 나설 수 있다.
대만 문제는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도 해결하지 못한 일이다. 시 주석이 완수하면 마오를 뛰어넘는 지도자로 명실상부한 종신 주석이 된다. 지난 2021년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가 6년 안에 분명해질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시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해이자,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을 지칭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설이 나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5월 말 방북설 보도에 이어 정부 안팎에서는 6월 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중국의 의전·경호팀이 평양을 다녀온 정황이 감지된 것을 보면, 공식 발표 시기만 남겨놓은 듯하다. 미국에 대만 개입 경고를 한 데 이어 푸틴 대통령과 ‘대북 제재 반대’ 공동성명까지 낸 뒤 평양을 가는 시 주석의 행보를 엄중하게 봐야 한다. 대만 작전에 나서기 전 주한·주일 미군을 교란하기 위해 중국이 북한에 모종의 역할을 주문할지도 모른다.
중국안보전문가인 자오퉁(趙通)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지난 22일 화정평화재단·국제정책연구원 학술회의에서 “중국은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기회로 본다”고 했다. “대만 사태 시 동시 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에 도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외계인의 지구 침공’쯤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중국의 대만 장악 플랜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본격화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위험에 빠질 것이다. 시 주석은 2017년 마러라고 미중 정상회담 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도 한 바 있다.
중국이 북·러 공조를 바탕으로 대만 장악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시 주석의 중재를 기대하며 북·중·러 유화책을 궁리할 때가 아니다. 정치적 결단을 앞세워 전작권 조기 전환에 올인 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북·중·러 공세에 맞서기 위해 안보 태세부터 굳건히 하며 한·미·일 안보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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