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의 Deep Read - 野 언더독 효과, 왜
선거전 초반 밴드왜건이 후반 언더독으로… ‘권력의 과잉’이 만든 정치심리 역설
권력 태도에 민감한 중도층의 ‘균형투표’ 심리 겹쳐… 일부 지역 골든크로스도
선거는 심리의 전쟁이다. 유권자의 감정과 심리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밴드왜건-언더독 효과다.
두 개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민심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정치심리 메커니즘이다. 6·3지방선거를 앞둔 초반 선거전에서 밴드왜건 효과가 안정 욕구를 반영했다면, 막판의 언더독 효과는 견제 욕구의 상승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심리의 역설
‘대세는 이미 결정됐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유권자가 다수의 선택을 따라가는 것이 밴드왜건 효과다. 반복적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승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정치적 신호로 작동한다. 다수의 선택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군중심리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안정 추구 성향이 밴드왜건을 강화한다.
반면 언더독 효과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권력이 집중될 때 열세 후보에게 동정과 견제 심리가 형성되는 현상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유권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압도적 우위를 점할수록 유권자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라는 불안과 견제 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번 6·3지방선거 막판 흐름은 바로 이 정치심리의 역설을 보여준다. 선거 초반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론이 우세했다. 민주당에서는 공공연히 “경북 빼고 다 이긴다”는 ‘15 대 1 압승론’이 회자됐다. 대선 승리 직후 형성된 정권 프리미엄, 높은 국정 기대감, 야당의 내분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처럼 보였다. 실제 선거 초반 분위기는 민주당 독주에 가까웠다.
그러나 선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판세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약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대구·부산·경남 등 영남권은 물론 서울과 충남·북 등에서 여야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것이 분명하게 관찰된다(그래프 참조).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과 부산, 대구 세 곳 모두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정부 지원론’이 주춤하는 대신 ‘정부 견제론’이 상대적으로 힘을 얻어가는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흔들리는 밴드왜건
이는 밴드왜건 효과가 무너지고 언더독 효과가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정치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순간, 바로 그 강함 자체가 밴드왜건을 붕괴시키는 요인이 된다. ‘권력의 과잉’이 어느 순간부터는 지지의 확장이 아니라 견제 심리의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견제가 필요하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밴드왜건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알렉시 토크빌은 근대 민주주의 이론의 고전으로 통하는 자신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로 ‘다수의 폭정’을 지적했다. 현대 정치에서도 유사한 현상은 반복된다. 초반에는 ‘국정 동력 확보’라는 명분이 작동하겠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는 ‘견제 상실에의 위기’로 바뀐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는 권력의 ‘태도’에 매우 민감하다. 집권세력은 권력이 강할 때 밴드왜건이 잘 유지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밴드왜건은 단순한 힘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유권자가 ‘권력이 정당성과 절제를 갖고 있다’고 느낄 때 밴드왜건 효과는 강화한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고, 입법 독주를 계속하고, 공소취소 특검과 같이 권력을 사유화하려 하며, 헌법정신과 법치 파괴 행위가 나타나면, 유권자의 견제 심리가 살아난다.
집권세력의 독선적 태도, 승자독식 정치, 반대 세력에 대한 조롱과 적대, 팬덤 중심 정치, 권력기관 정치화 논란 등이 반복되면 밴드왜건의 핵심 기반인 정당성이 흔들린다. 처음에는 강한 리더십으로 보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권위주의적 태도로 재해석된다. 권력의 과잉이 지지의 확대가 아니라 정치적 피로감을 만들어내는 지점에서 밴드왜건은 급속히 약화한다.
◇균형 복원 심리
특히 중도층은 진영 논리나 이념보다 권력의 태도에 민감하다. 상대를 존중하는가, 권력을 절제하는가,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가, 국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가를 본다. 집권세력이 오만할 때 혹은 권력의 과잉을 행사할 때 중도층은 점차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정치심리학적으로 보면 ‘균형 투표(balance voting)’ 현상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집권세력의 오만은 스스로 언더독 효과를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강한 권력이 오히려 약한 상대를 살려주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전 막판에 일어나는 언더독 효과를 단순한 보수 결집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민주주의 내부의 균형 복원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조지 마커스의 ‘감정 지능’ 이론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마커스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유권자는 기존의 습관적 지지보다 불안과 위험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언더독 현상은 28일부터 시작된 ‘깜깜이 선거’, 즉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는 밴드왜건 효과의 가장 중요한 무기였던 ‘숫자’가 사라지므로 유권자는 여론조사 대신 거리유세 분위기, SNS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흐름, 후보의 표정과 태도 등 체감 민심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점에서 언더독 효과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실제 투표에서는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종종 나온다. 이는 단순한 통계 오류가 아니라 깜깜이 기간 동안 작동하는 심리 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밴드왜건이 지나치게 강해질 때 우세 진영 내부에서 방심으로 인해 투표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선거 막판은 종종 ‘분노한 소수’가 ‘방심한 다수’를 위협하는 구도로 전개된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
민주주의에서 선거란 권력의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집단적 균형 메커니즘이다. 밴드왜건과 언더독은 민주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자기교정 장치에 가깝다. 선거 막판에 영남권은 물론 서울과 충청권 등에서 나타나는 접전 현상은 유권자가 권력의 방향과 균형을 끊임없이 조정하려는 민주주의적 행위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감정 지능’은 타인의 감정을 인지·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와 행동을 조절하는 지능. 1995년 대니얼 골먼이 동명의 책에서 이를 주창하고, 조지 마커스가 정치 분야로 원용.
알렉시 토크빌은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이자 역사가 겸 정치가. 다수결이 ‘다수의 폭정’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고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근대 민주주의 이론의 고전으로 꼽힘.
■ 세줄요약
정치심리의 역설: 6·3지방선거전 초반 민주당 압승론이 우세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큰 변화가 생겨. 영남권은 물론 서울·충청권에서 지지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막판 변화상은 정치심리의 역설을 보여줘.
흔들리는 밴드왜건: 집권세력의 오만과 ‘권력의 과잉’은 어느 순간 지지의 확장이 아니라 견제 심리의 확산을 유도. 권력의 태도에 민감한 유권자의 견제 심리가 살아나는 순간 밴드왜건이 흔들리고 언더독이 강화됨.
균형 복원 심리: 유권자의 ‘균형 투표’를 불러내는 건 권력의 오만. 선거 막판은 종종 ‘분노한 소수’가 ‘방심한 다수’를 위협하는 구도로 전개돼. 밴드왜건과 언더독은 민주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자기교정 장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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