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트럼프·시진핑 회담 결과 모호
갈등 해소보다 폭발 지연 선택
11월 APEC 12월 G20에 관심
대만 문제에 북핵은 뒤로 밀려
北은 거래적 동맹관 활용할 것
韓美日 공조 업그레이드해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 14일 미국·중국 정상회담이 상당한 여운을 남기고 끝났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 등 여파로 대중 협상력이 떨어진 가운데 열려 구체적 합의 도출이 어려웠으므로, 양국은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의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오는 9월 시진핑 주석의 방미, 11월 선전(深圳)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2월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향후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예정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양자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도 읽힌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경제 교류의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실물적 성과 획득과 ‘미국이 여전히 세계를 주도한다’는 메시지 전파에 주력했다. 반면, 중국은 ‘협력 위주의 절제된 경쟁을 통해 갈등을 관리하고 충돌은 방지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건설적 전략안정 관계’(Constructive Strategic Stability Relationship)를 미래 관계로 제안했다. 중국이 양국 관계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이라는 상징 각인에 주력한 모양새다.
더욱이 양측은 애초에 상대에 대한 요구나 계산법이 완연히 달랐기 때문에 합의의 폭이 좁았다. 게다가 상호 합의문이나 공동성명, 공동 기자회견 등도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 타결됐고, 상대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 이를 반영하듯 회담이 끝난 이후 양국은 각자의 승리와 서로 다른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의 원칙을 고수했고, 중국은 자국의 입장을 관철했다고 주장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갈등의 ‘해소’보다 갈등의 ‘폭발 지연’에 초점을 맞춘 ‘전술적 휴전’을 택한 이번 회담의 여운과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란전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둘러싼 중국의 협조는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우리의 관심사인 북핵과 한반도 문제는 주변화됐고, 시 주석은 작심한 듯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강경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하거나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고 전체 중·미 관계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타협 불가의 레드라인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에 대한 협상 도구로 언급하기에 이르면서 우려하던 ‘트럼프식 거래적 동맹관’이 현실화했다.
이는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1982년 8·17 성명에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장기적 무기 판매 정책 불(不)추구와 판매 수준의 점진적 감축’을 약속했으므로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만은 같은 해 미국이 비밀리에 제시한 1979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의 유지와 무기한 대(對)대만 무기 판매, 베이징과 사전 불협의, 중국의 대만 주권 불인정 등을 골자로 하는 ‘6항 보장’(Six Assurances)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 보장은 나중에 기밀 시한이 풀리자 2016년 미 의회 결의안으로 공식 문서화됐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만 무기 판매 재검토가 이뤄진다면 대만 억지력은 물론 동맹의 대미 신뢰를 흔들고 일본·유럽의 무기 조달 다변화까지 재촉할 수 있어 파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선 대중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동맹에는 ‘안보 공약 조건부화(化)’가 현실이 되면서 동맹 간 안보 협력에 ‘신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적 동맹관’이 한국에도 적용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으며, ‘표면적 관계 안정, 실질적 전략 경쟁’ 지속이라는 미·중 ‘전략적 안정’의 이중구조가 한반도 안전을 담보할 수도 없다. 게다가 북한은 이러한 ‘거래적 동맹관’의 횡행을 핵무력 고도화의 전략적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북핵은 물론 미·중 전략 경쟁 등이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동맹 강화와 한·미·일 공조 체제 구축, 대중 관리라는 다중 부담을 극복할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