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 라디오 ‘컬투쇼’ 20년째 진행 김태균

 

365일 펑크도 지각도 한 번 없이 오후 2시 라이브 방송

속 시원한 진행 강박 없어…부담 가졌으면 오래 못했을 것

정찬우 하차 뒤 매일 다른 DJ와 호흡, 누가 와도 안두려워

그저 평범한 날의 행복과 기운을 방송서 나눠 주고 싶어

스무살 아들, 20주년 방송 참석 …“아빠 40주년도 할 듯”

DJ 김태균은 20년 동안 한 직장에 근속하면서 긴 시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일에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DJ 김태균은 20년 동안 한 직장에 근속하면서 긴 시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일에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편해요. 자유로워졌고요. 매일 달라지는 스페셜 DJ(패널)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까 이제는 누가 와도 두렵지 않은, 어떤 말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 것 같아요. 꾸준함의 힘이 저를 어떠한 경지에 올려놓은 거죠.”

만 20년째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출근한다. 방송 펑크는 물론 지각조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을 “SBS 공무원입니다”라고 소개하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컬투쇼)의 진행자 김태균을 만났다.

지난 6일 오후 ‘컬투쇼’ 공개방송이 이뤄지는 목동 SBS 1층 ‘락스튜디오’의 안팎으로 수십 명의 청취자(쇼단원)들이 김태균과 스페셜 DJ들을 바라보며 만개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초대받은 30여 명의 쇼단원은 스튜디오 안에서 같이 호흡하고 있었고, 말 그대로 ‘길 가다’ 들어온 시민 열댓 명은 통유리창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2006년 5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해 이달 20주년을 맞이한 컬투쇼는 태생부터 ‘라이브(Live)’였다. 김태균은 “방청객이 없으면 (라디오 건너편) 청취자들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를 모른다”며 “여기 오는 분들을 ‘표본’ 삼아 리액션을 봐 가면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태균과 쇼단원 사이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거고, 아닌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며 이에 상처받지 않기. 이날 전화 연결이 된 쇼단원 중에도 자신이 ‘이정재 성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는데, 객관적으로 성대모사를 들어 봐도 꽤나 거리가 멀었다. 김태균은 여지없이 “아, 전혀 아닌데요”라며 웃음 섞인 핀잔을 줬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불굴의 ‘이정재 성대’와 이어지는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절로 피식 웃음이 났다. “지조 있게 얘기하는 편인데(웃음) 다행히 쇼단원 분들이 제가 즉흥적이고 솔직하게 하는 걸 같이 즐겨 주세요.”

하지만 김태균이 진행하는 방송은 2018년 이전 정찬우와 함께 진행할 때와 비교하면 한결 ‘순한 맛’이 된 것은 분명하다. 2006년부터 컬투 두 사람이 이끌던 방송은 정찬우가 공황장애 등 건강상 이유로 하차, 사실상 연예계 은퇴를 한 뒤로는 김태균 혼자 8년간 끌어오게 됐다.

김태균은 프로그램 제목이 담긴 명패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20주년을 자축했다.  박윤슬 기자
김태균은 프로그램 제목이 담긴 명패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20주년을 자축했다. 박윤슬 기자

김태균 단독 체제에 대한 안팎의 주된 평은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 김태균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거니까, 칭찬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안한 방송보다 안정된 방송이 나은 거고, 실제로 예전엔 시청자 게시판에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좀 있었는데 요즘은 없다”고 답했다.

혼자서 365일 매일 두 시간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부담감 대신 오히려 자유로움을 고백했다.

“솔직히 조금 더 방송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팀으로 활동할 때는 옆 사람의 감정이나, 여러 가지를 배려해야 하죠. 내가 진행하고자 하는 방식, 스타일을 좀 양보해야 하고요. 매일 같이 보고 일하는 사이인지라 방송에 나가지 않을 때는 서로 아무 얘기를 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 불화설도 났었죠.”

향후 ‘컬투 2인’ 진행 체제로 복귀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도 넌지시 전했다. ‘김태균 쇼’로 이름을 바꿀 수는 있을까. 그는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컬투쇼’는 오래되고, 많이 알려진 브랜드가 되어서 이 이름을 믿고 광고가 잘 들어오는 편이다. 회사 입장에선 구태여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생각을 전했다.

인터뷰 날이 마침 어린이날을 막 지난 시점이었다. 스튜디오에 놓여 있던 소품 중에서 김태균의 초상화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이날 특집으로 초대한 초등학생들이 그려 준 ‘팬 아트’였던 것. 김태균은 ‘초통령’이 된 인기에 대해 컬투쇼의 대표적 코너인 사연 진품명품의 ‘화장실 이야기’ 덕분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애들이 저를 너무 희한한 눈으로 보는 거예요. ‘아저씨 좋아해요!’ 이러고 와락 안기는 애도 있었어요. 보통 엄마 차 타고 학원 갈 시간대에 컬투쇼를 틀어 놓으면 거기서 ‘똥오줌’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게 애들 취향에 딱 맞았나 봐요.(웃음)”

애들뿐만이 아니다. 성인들도 컬투쇼 DJ가 읽어 주는 ‘똥오줌’ 사연에 피식피식 웃으며 잠을 떨쳐 내고 운전대를 잡았던 경험이 있지 않던가. 김태균은 “사회적 지위가 높건 낮건, 다들 똥 싸고 오줌 싸니까 대중적으로 통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더 거칠고, 속 시원하게 사연을 다뤄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그런 부담이 생기면 아마 오래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요일별로 각각 다른 스페셜 DJ와 함께 방송을 한다. 코너 또한 요일마다 다르다. 다만 오후 4시 클로징 멘트만큼은 12년째 동일한데, “소중한 오늘 하루 내일로 미루지 말고 남은 모든 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하세요”다. 2014년 작고하신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태균아, 너는 네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를 계속 가슴에서 되뇌는 그다.

“순간순간, 찰나마다 내가 알아서 내 행복을 챙기지 않으면 누구도 챙겨 주지 않아요. 저는 방송하면서 되게 행복해졌어요. 그 행복을 오랜 시간 연구해 보기도 했죠. 결론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행복이란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즐기는 이 순간에 집중하는 느낌’이라고 정의할게요.”

2시간 동안 전국의 ‘컬투쇼’ 청취자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 뒤에도 김태균의 목소리는 까랑까랑했다. “이건(목소리) 그냥 부모님이 주신 제 무기죠. 아무리 오래 말을 해도 도통 쉬질 않아요. 목 컨디션 조절하려면 물 많이 마시고, 잠 많이 자야 한다? 이런 거 따지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예요.”

한편 컬투쇼와 함께한 오랜 세월만큼 아들도 부쩍 컸다. 2006년생인 그의 아들은 얼마 전 컬투쇼 20주년 방송에 방청객으로 참석하고,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도 동석했다. 그날 아들의 건배사를 녹음한 것을 들려줬다.

“아빠가 20년 동안 ‘컬투쇼’를 할 줄 몰랐는데, 제가 10주년은 너무 어렸어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30주년, 40주년은 계속 함께할 것이니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태균은 특별히 ‘언제까지 라디오를 하겠다’는 강박은 내려 두고 있다고 했다.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날이 주는 행복을 만끽 중이고, 365일 중에 제게 그런 날이 많아서 청취자분들께도 좋은 기운을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

이민경 기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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