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해녀들은 바다에서 물건을 건져 온다. 이리 표현하면 2023년에 개봉한 영화 ‘밀수’에서 해녀들이 밀수품을 건져 오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러나 아니다. 제주도의 토박이 해녀들이 물질해서 ‘바당 물건’을 건져 온다고 표현한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일 뿐이다. 이 말이 낯설어 보이면 ‘해물(海物)’이나 ‘해산물(海産物)’을 생각하면 된다. 이를 풀이하면 곧 ‘바다에서 난 물건’이니 결국 같은 말이다.

해물이나 해산물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사전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동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우리가 흔히 물고기라고 하는 유선형의 어류는 빼기도 한다. 문어, 낙지, 조개, 소라 등의 연체동물을 먼저 떠올리고 김, 미역, 파래 등의 바다풀도 포함시킨다. 막걸리집의 단골 메뉴인 해물파전에 물고기가 들어가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아무래도 물고기는 해물에서 빼는 게 맞는 듯도 하다.

바다 물건이라고 표현하면 바다가 만든 물건이란 의미일 수 있다. 바다는 갖가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 물건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바다 물건은 바다가 내어주는 물건, 혹은 바다에서 잡거나 건져낸 물건일 것이다. 바다는 살아 있되 능동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으니 제주도 해녀들이 쓰는 이 말은 후자의 용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은 소금기가 없는 민물이다. 그래서 인간은 강줄기를 끼고 문명을 일으켰지만, 먹거리의 상당 부분은 강 물건이 아닌 바다 물건에 의존하고 있다. 바다가 능동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니 온갖 생물이 건강하게 바다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곧 바다 물건의 필수조건이다. 매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제정해 바다의 중요성과 해양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날을 이틀 앞두고 ‘바다 물건’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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