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스웨덴의 노동복지정책이었던 렌-마이드너 모델(Rehn-Meidner Model)은 경제학자 예스타 렌(1913∼1996)과 루돌프 마이드너(1914∼2005)가 고안해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 스웨덴은 볼보 등 수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있었으나 고물가에 산업 간 불균형으로 실업률이 높았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컸다. 이 모델은 대기업은 임금을 낮추고, 중소기업은 높여서 평준화하는 것이었다. 대신 대기업에는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노동 유연성을 높여줬다. 임금 감당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을 용인해줬다. 재교육을 통해 이동성을 높여 성장 산업으로 옮길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산업 구조조정 방안이었다.

노사정위원회처럼 노사 대표 단체 간 협약을 맺었다. 렌-마이드너 모델은 1950∼1970년대 스웨덴 경제 성공의 기반이 됐다고 한다. 높은 성장, 낮은 실업, 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했다. 하지만 오일 쇼크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출기업들이 잘나갈 땐 유용했지만, 자본 자유화로 다국적 기업이 확대되면서 제도 유지가 어려워졌다. 노사정이 결정하는 임금체계가 기업 자율성을 누르고, 고임금을 압박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성공을 해도 결국 노조가 가져간다는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1980년 노동 분규가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사용자 단체가 협정 파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언론들은 ‘스웨덴 모델의 변곡점’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기업의 초과이윤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이 기업 지분을 공동 소유하게 하자는 ‘임노동자기금’도 폐지됐다. 투자 위축,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자본 유출, 기업가 정신 약화가 본격화했다. 인재 유출도 심각했다. 1992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렌-마이드너 모델은 종언을 고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반도체 기업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 논란과 관련해 “대기업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오는 6월 1일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정책 가능성 모색에 관한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다. “스웨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고, 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긍정적 시사점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오승훈 논설위원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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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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