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찬 전 서울예술대 교수·교육학
금아 피천득 선생은 오월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창밖은 오월인데’라는 시에서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며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이라고 했다. 또한, ‘오월’이란 수필에서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며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다’라고 했다. 이렇듯 오월은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오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다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푸른 오월이 또 한 번 지나가고 있다. 오월 마지막에 우리의 희망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생각한다. 그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과연 행복하다고 답할까?
독일의 발도르프유치원에는 유명한 그림이 걸려 있다. ‘하늘에는 수많은 아기가 있고 그 아기들은 땅에 있는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성모님은 곧 지상으로 내려갈 아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 아기는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상에서는 부모가 무릎을 꿇고는 경건한 자세로 하늘에서 내려올 아기를 기다린다. 두 명의 귀여운 천사는 턱을 괸 채 하느님 말씀을 기다린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인 라파엘로가 그린 ‘시스티나의 성모’이다. 아기들이 하늘에서 열심히 찾은 사람은 바로 자기 부모이다. 놀랍게도 부모가 아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기가 부모를 선택한 것이다. 라파엘로는 이 그림을 통해 아기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귀한 존재임을 깨닫도록 했다.
한국방정환재단이 의뢰한 ‘2026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17위로 나타났다. 세부 지표 중 ‘삶의 만족’은 꼴찌였다. 어린이·청소년에게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응답 결과는 ‘가족’보다 ‘돈’이라고 했다. 행복 요건으로 가족보다 돈을 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왜 그런 그릇된 가치관을 지니게 된 것일까? 잘못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
교육을 뜻하는 우리말은 ‘갈다’와 ‘치다’가 합성된 ‘가르치다’이다. ‘갈다’에는 문지른다, 빛나게 한다, 흙을 뒤집다 등의 뜻이 있고, ‘치다’에는 기르다, 가지를 잘라내다, 가루를 곱게 뽑다 등의 뜻이 있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는 속에 든 것을 밖으로 꺼내준다는 ‘에듀케이션(education)’이다. 결국, ‘교육’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고 주어진 소질과 재능을 계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교육을 ‘산파술’이라 했다. 임신부가 아기를 건강하게 잘 낳도록 도와주는 ‘산파’에 비유한 것이다.
‘줄탁동시’라는 옛말도 있다. 두 마리 새가 동시에 부리로 쪼아 새 생명이 탄생케 한다는 뜻이다. 딱딱한 껍데기 속에 든 병아리를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암탉은 알을 밖에서 쪼아주고, 병아리는 알 안에서 쪼아야 한다. 그래야 알이 자연스럽게 깨지면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아름다운 신비를 말해준다.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오월처럼 푸르른 인격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와 학교와 사회(방송·영화·책 등)가 기꺼이 ‘산파’가 돼야 하고 줄탁동시의 놀라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 마지막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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