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6·3 지방선거가 종반으로 갈수록 지방 의제는 사라진 채 여의도 정치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역주민의 삶을 책임질 지역일꾼을 뽑아야 할 선거가 어느 사이엔가 ‘이재명 대 박근혜’를 앞세운 진보·보수의 진영 대결로 변질되고 있다. 지방자치 선거가 아니라 또 하나의 대통령선거를 보는 듯하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만 해도 여권의 압승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판 분위기가 돌변했다. 배경에는 3가지 사건이 있다. 첫째는 ‘공소취소 특검’ 논란이다. 둘째는 스타벅스 ‘탱크데이’에 대한 대통령의 강경 대응 논란이다. 셋째는 전·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과 경남 지역을 연이어 방문하며 ‘해양 수도, 해양수산부 이전, 지역 개발’ 청사진을 쏟아냈다. 형식은 국정 행보였지만, 시점과 동선은 지방선거와 맞물렸다. 여당 후보들은 곧바로 ‘이재명 마케팅’에 나섰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충청·부산·강원까지 돌며 사실상 전국 순회 유세를 하고 있다. 탄핵 이후 물러났던 전직 대통령이 소환된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은 품격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진영 결집의 아이콘으로 소비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만드는 주역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지방 의제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점이다. 청년 유출, 지방 소멸, 교통, 산업 전환, 돌봄, 교육 같은 지역 현안은 밀려났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내란세력을 심판해야 한다’ ‘독재와 공소취소를 막아야 한다’는 거대한 구호가 난무한다. 유권자들도 후보의 자질과 공약보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먼저 따지게 됐다.
스타벅스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정한 선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과 장관까지 나서서 사실상 불매운동에 가까운 메시지를 던진 순간 이 문제는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변질됐다. 국민의힘 역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투표하자’며 맞불을 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가 팬덤과 알고리즘에 점점 종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딸, 윤어게인, 강성 정치 유튜브가 양당을 지배하면서 상대 진영은 설득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취급된다. 확증편향은 강해지고, 중도층은 침묵 속에 숨는다. 결국, 선거가 정책과 공약에 대한 토론과 숙의의 공간이 아니라 적대와 증오를 키우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정당이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활용하는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 중앙당 공천과 대통령 후광에 기대는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영원히 종속된다. 둘째, 유권자들도 ‘묻지 마 진영투표’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체장은 추진력을 보되 지방의회는 견제력을 고려하는 ‘균형 투표’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는 자율적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중앙당과 팬덤만 보는 구태 정치로는 지방의 미래를 열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울타리를 탈출했던 ‘늑구’ 같은 지역 일꾼이다. 진영의 철창을 넘어 지역 주민의 삶을 챙기는 일꾼이다. 지방선거는 전·현직 대통령에게 줄 서는 선거가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선거여야 한다. 여의도 진영만 남고 지역주민이 사라진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유권자 자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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