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경제부 차장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대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때 135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하향 안정은 이제 요원해 보인다. 정부는 외화 유출 억제, 해외 자금 국내 유입 등의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외환시장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환율 급등과 변동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으로 달러 자산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증가한 데 더해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도출된 대미 투자 약속까지 달러 수요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에 수출기업들의 달러 보유 성향도 높아진 데다 국내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확장재정으로 인한 국내 통화량 증가 추세까지 이어지고 있어 환율은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의 환율 수준이 ‘뉴 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급 위기가 터져 원유 결제 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달러당 1400∼1500원대가 원·달러 환율의 기준점이 되면 물가 상승과 통화정책 제약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일반 국민의 해외여행 비용과 해외 직구 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은 단편적 여파일 뿐이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각종 수입품 가격도 상승하며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달러 결제 부담이 가중된다.

게다가 더욱 위험한 것은 헤지펀드의 투기다. 환율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투기 자본의 표적이 되기 쉽다. 1997년 외환위기처럼 단기 투기자본이 대량으로 유출되면 환율은 통제 불가능하게 급등할 수 있다. 현재의 높은 변동성, 특히 환율 상승 압력의 탄력이 붙은 변동성은 이런 악몽의 재현을 우려하게 한다.

구조적 해법의 첫 단계는 한·미 금리 역전 최소화다. 미국 금리가 높은 한 달러 수요는 계속된다. 이에 일정 부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 2%를 훌쩍 뛰어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만큼 경기 부양보다 금융 안정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구조적 달러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으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해소 및 투자 혜택 확대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달러 공급을 늘려야 한다.

원화 자체의 가치를 늘려 주요국 기축통화에 의존하는 금융 체질도 개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아시아 역내 통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이 꾸준히 요청하고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확대하고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유지하며 일본과의 협력도 다각화해야 한다.

환율 급등은 단순히 환율 문제가 아니다. 금융 안정성, 물가 안정, 국가 신용도가 모두 걸린 문제다. 단기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금리정책과 자본 유출 관리, 구조적 경제 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 개미 투자자의 해외 투자금 복귀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박준희 경제부 차장
박준희 경제부 차장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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