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8회 연속 동결했다. 취임 후 첫 금통위를 주재한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성장·환율·부동산 등 어디를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정작 ‘관망’을 선택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설명했지만 명분이 약하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한 만큼 스스로 엇박자를 낸 것이다. 이미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했다.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3%대 후반에 이르렀을 것이란 추산까지 나온다. 결국 한은이 ‘6·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부담과 소비 위축을 초래해 선거에 악재가 되기 십상이다.

더 큰 문제는, 같은 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내놓은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안’이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크게 올리고,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혔다. 국내 주식을 최대 25.9%까지 담을 수 있도록 둑을 터준 것이다. 기존 비중대로라면 기계적으로 쏟아져 나올 100조 원 규모의 ‘매도 폭탄’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이다. 언젠가 하락장이 닥치면 국민 노후 자금의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연기금이 6·3 선거를 앞두고 증시 지지 수단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물론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도 국내 주식을 25%까지 허용한다. 그러나 일본 증시가 세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6%)은 한국(약 3%)의 두 배에 이른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장기적 자산 배분의 명백한 퇴보이고, 자국 시장 편향을 과도한 수위까지 끌어올린 위험한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시가총액의 9%를 쥐고 있고, 지분 5% 이상을 가진 상장사만 국내 주요 기업의 절반을 넘는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당장 2030년부터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내줘야 할 연금 지급액이 더 많아지게 된다. 주식과 채권 등을 순매각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비중 조절로는 4년 뒤부터 닥쳐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30년 변곡점이 오기 전에 연금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근본 수술을 미룰수록 시장에 던질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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