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상과 역할’을 놓고 원격 공방을 주고받는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2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 발언과 관련, 이례적인 입장문을 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2일 미 육군전쟁대학 팟캐스트에서 “그들(중국) 눈에 한국은 아시아 심장부의 비수(dagger), 일본은 중국 야망을 저지하는 방패이자 최후의 방어선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대사관은 “주재국을 항공모함이나 비수라고 표현한 것은 호전성을 드러낸 것인가, (중국 공격) 무기로 삼으려는 의도인가”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분명히 선을 넘었음을 경고한다”라고도 했다.

중국대사관은 ‘대사관 대변인과 기자의 문답’이라는 다소 격이 낮은 형식을 택했지만, 내용은 도발적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이 합의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중국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앞으로 한국을 놓고 미중 각축이 더 거칠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에 따라 한국을 대중 견제에 동참시킬 경우 저지하겠다는 분명한 경고의 성격도 있다.

19세기 말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 땅에서 충돌했던 청일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정부의 정치(精緻)한 외교가 더욱 절실해졌다. 한미동맹에 빈틈이 없으면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놓고 미국 측은 ‘군사적 태세’, 한국 측은 “내일 당장 회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정책적·정치적 결단’을 강조한다. 북핵 정보 유출 논란도 꼬이고 있다. 한미동맹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그래야 중국도 한국을 더 신중하게 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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