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식약처‘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관리체계 안착

 

갤럭시워치8시리즈‘삼성헬스’

디지털건강지원기기 1호 등록

 

안전직결사항 빼곤 자율관리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운영

운동·식이 등 영역 확대 계획

 

데이터만 사용하는 임상시험

식약처 승인단계 면제하는등

제도정비업고 기기허가 급증

손목 위 스마트워치가 심박수를 재고, 스마트폰 앱이 수면의 양은 물론 질도 분석한다. 병원에서는 인공지능(AI)이 X선 영상을 판독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 헬스’ 시대에 맞춘 규제 패러다임 전환에 본격 나서면서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웨어러블 기기와 건강관리 앱까지 공식 관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1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세계 최초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시행됨에 따라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생체신호 모니터링이나 생활습관 분석으로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를 제도권 안에 안착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8 시리즈 등에 탑재된 삼성 헬스의 주요 기능이 식약처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1호로 등록됐다. 식약처는 이후 운동·식이·정신건강 영역으로 지정 범위를 넓혀 갈 방침이다.

법의 작동 원리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요약된다. 안전과 직결되는 사항만 허가 대상으로 두고 나머지는 기업 자율 관리에 맡겨, 속도와 안전을 함께 잡는다. 환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의료 데이터만 활용하는 저위해도 임상시험은 식약처 승인 단계를 면제해 임상기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만으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임상 도중 계획이 바뀌어도 중대한 변경만 보고하면 된다.

제도 정비는 곧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기존에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별도로 거쳐야 의료현장에서 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제 수준의 임상평가를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환자에게 즉시 사용할 수 있다. AI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연구실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 환자에게 더 빨리 닿게 하려는 취지다. 의료 기기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약 1520억 달러(약 182조 원)에서 연평균 18.8% 성장해 2027년 약 5090억 달러(약 610조 원)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 워치 8
갤럭시 워치 8

제도 정비를 등에 업고 디지털·AI 의료기기 허가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허가·인증은 2020년 50건에서 2024년 92건으로 늘었다.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유방암·자궁경부암·전립선암·위암·폐암 등의 의심 부위를 검출하며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관건은 빠르게 진화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AI 기술을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포섭할 것인가다. AI 의료기기는 출시 후에도 알고리즘이 계속 학습하며 어제의 제품과 오늘의 제품이 달라질 수 있다. 식약처는 제조·수입 허가 신청 단계에서 ‘변경관리 계획서’를 함께 제출받아, 사전에 허가된 범위 안의 알고리즘 업데이트는 별도 변경허가 없이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사용목적이나 핵심 성능·알고리즘이 바뀌거나 제품 등급이 달라지는 중대한 변경은 반드시 새로 변경허가를 받도록 엄격히 구분했다.

또한 지난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해 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판독문 초안 작성, 맞춤형 치료계획 생성 등 한층 진화한 형태의 의료 AI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의미다. 또한 식약처는 ‘K-디지털의료기기’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국제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식약처는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과 의료기기규제조화회의(GHWP) 정회원국으로서 국제 가이드라인 제·개정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미 공동 국제 AI 규제 심포지엄 등 협력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안전망도 마련했다.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는 의료기기가 아닌 만큼 허가나 인증 의무가 없다. 다만 제조·수입 판매 시 식약처에 자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마친 제품은 이어 성능인증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인증을 받으면 인증 표지 사용이 허용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선택할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식약처는 신고·성능인증 제품의 목록과 주요 성능 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해 소비자가 의료기기와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노지운 기자
노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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