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6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두 회사의 법인세 합산액만 100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영업 성과에 두 회사의 노조들은 영업이익의 10∼15%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고 이는 다른 기업들로 급속히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정부 관계자들이 잇달아 반응하면서 이익의 사회적 분배를 둘러싼 전면적 논쟁이 촉발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과 원칙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

초과이익 분배의 논거들을 간단히 짚어보자. 먼저, 반도체산업 성장은 세액 공제나 전력 및 용수 등 인프라 혜택, 인허가 특례 등 국가 지원의 결과이니 과실을 사회와 공유하자는 주장이 있다. 협력업체·소액주주도 이익의 이해관계자이니 노사 간에만 나누면 안 된다는 주장도 추가됐다. 또한, 전 국민이 반세기에 걸쳐 쌓아온 산업 토대에서 비롯됐으니 국민배당금 제도로 환원하자는 제안, 더 나아가 두 기업이 한국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기업의 성과를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칙은 몇몇 관계자의 단편적 주장과 특정 이익집단의 단체행동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많은 전문가의 심사숙고와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가 선행돼야만 하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이다. 당장 두 반도체 기업의 상황은 타 대기업 노조들의 신속한 반응을 유도해 모든 산업의 노사관계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퍼뜨렸다. 또한,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에 대한 자의적 판단에 기반한 급진적인 구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호황기 상황에 근거해 규제와 관례를 포함한 국가 경제 운영 방식을 임기응변, 중구난방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시장경제를 부인하지 않는 한 기업의 이익 사용에 대한 권한은 법적으로 주주에게 있다. 그런데 이 원칙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또한, 중요한 규제일수록 사전적(ex-ante) 규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후적(ex-post) 규제가 개입하기 위해서는 독점적 지위 남용 등 시장 실패가 명확해야 한다. 현재 반도체산업의 호황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또 반도체 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등은 명확지 않다. 심지어 초과이익의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사후적 규제가 필요하다면 초과이익의 원천을 명확히 파악해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 지위 남용에 의한 불공정 이익이라면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는 접근을 해야 한다. 반면, 혁신·기술력·선행투자로 얻은 초과이익을 강제 분배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저해하는 행위다.

경영·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익의 분배는 기업 성과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도구다. 즉, 생산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자본과 자원, 노동력의 소유자들이 협업하게 만든다. 협력적 게임이론과 생태계 전략에는 이익의 분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파이를 극대화한 성공 사례가 무수히 많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국가경제 전체 파이를 엄청나게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정부와 규제 관계자들은 이익 분배 논쟁의 초점을 국가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적 관점으로 조속히 옮겨야 한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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