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0일 싱가포르에서 있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을 ‘부담을 공유하는 모범 동맹’으로 극찬했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을 환영했다. 동맹이 굳건하다는 메시지는 좋아 보이지만, 한반도에서 미군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여 아쉽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정책은 동맹국이 당면한 위협에 우선적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방비 증액과 전작권 전환을 반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입장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만 되는 일이 아니며, 76년 전 6·25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당시와 논리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6·25전쟁’은 김일성의 야욕이 원인이었지만, 한반도 상황을 오판한 주한미군 철수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봤고, 한반도는 미국의 주요 억제 대상인 소련을 견제하는 데 벗어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주한미군을 철수하며 제안한 대안이 한국 경비대를 국군으로 전환하며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를 반대하며 조병옥 박사를 대미 특사로 보내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주한미군의 제3국 위협 억제와 국군의 역량 강화가 맞물리는 점이 오늘과 비슷하지만, 다행히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위협 대응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중국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을 ‘중국을 향한 단검’에 비유한 데 대해 ‘작전 환경’을 언급한 것으로 해명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위협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대중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실용’으로 여기는 듯하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을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의 핵심 산업군이 중국에 모두 따라잡힐 상황이 눈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대중 안보 협력에 한국의 지원이 약해지면, 대북 억제력이나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안보 협력에 미국의 지원도 약해진다. 한국을 향한 위협은 미국이 돕고, 미국을 향한 위협은 한국도 도와야 건강한 동맹이다. 그래야 북한 위협에서 경제안보에 이르기까지 미래 세대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

동맹의 견고함은 평시가 아닌 위기 때 확인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작권 조기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기우가 아니다. 최첨단 군사력과 전쟁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을 가진 미군 못잖은 작전통제 역량 보유를 위해서는 충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위기 발생 시 국군의 역량이 부족하면 미군은 그들의 생명을 국군의 통제에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격변하는 역내 정세는 견고한 한미동맹을 요구한다. 북핵 위협, 중국 문제,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전작권 전환, 방산 협력을 추진하며, 새로운 경제안보 지평을 열어갈 중심축이 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발전하는 길이 호국의 달 우리 역사의 교훈이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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