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대구시장 선거 박빙 접전 양상

양당, 산업전환 공통공약 제시

정책 실패로 수도권 편중 심화

 

기업·일자리 선순환 당진 모델

경제 살릴 능력 여부로 뽑아야

균형발전·분권化 개헌도 필요

대학 동기 중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와 서울로 ‘유학’ 온 친구가 있었다. 부친은 1980년대 봉제공장을 운영해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대구 섬유산업 쇠퇴 영향으로 가세가 기울었다. 부친은 선거 때만 되면 보수 정당 후보에 투표하라고 권했지만, 그 친구는 보수 정당을 계속 밀어줘 봐야 바뀐 게 뭐가 있느냐며 민주당 계열에 투표해왔다. 이번에도 그는 더불어민주당, 부모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한다.

6·3 지방선거 접전지 중 대구시장 선거 결과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구 시민들이 민주당 계열 첫 시장을 선택하느냐, ‘보수의 자존심’이 발동해 또 국힘 후보를 뽑느냐가 3일 갈린다. 5월 28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나온 대부분 조사는 초박빙이었다. 후보들도 결연함을 넘어 비장하다.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출정식에서 “대구에서 다섯 번째 출마다. 제 인생에선 열 번째다.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며 “제가 반드시 승리해야 대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국힘 추경호 후보도 “대구 경제 꼭 살려 달라는 준엄한 명령, 반드시 결과로 답하겠다”며 “정신 단디 차린 추경호가 대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했다. 내가 이겨야 대구를 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두 후보의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 대구의 산업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 1호 공약이다. 둘 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구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통합 신공항 건설 공약도 비슷했다. 김 후보는 현재 75조 원 규모인 지역내총생산(GRDP)을 2035년까지 150조 원으로, 추 후보는 반도체 공장 유치 등을 통해 240조 원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고연봉 일자리 창출은 김 후보가 10만 개, 추 후보는 무려 50만 개를 제시했다. GRDP 순위가 30년째 16개 광역시·도 중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열악한 지역 경제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섬유산업 부흥으로 ‘제조업 도시’로 불린 대구 경제는 왜 무너진 것일까. 양승훈 경남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설득력이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이던 1999년 섬유산업을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자금의 상당 부분이 건물 짓는 데 들어갔고, 패션·디자인·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투입되지 못했다. 이후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공학)·한방·모바일 산업에도 투자했지만, 신성장동력이 되지 못했다.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자 수도권으로 떠나는 젊은층으로 인해 매년 1만 명 이상 인구가 감소했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을 포함해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지역 성장 전략을 내놨지만,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하향식 설계, 시장들의 리더십 부족으로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사이 수도권으로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일극 체제’와 비수도권의 ‘지역 소멸’ 현상이 심해졌다.

지역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충남 당진시 사례는 모범이 될 만하다. 2010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교통·교육·의료·복지 등 지역 인프라가 구축됐다. 자연스럽게 인구가 증가해 2012년 군에서 시로 승격했다. ‘앵커 기업’(산업·지역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중심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고용 증가와 투자 유치, 지역 성장의 선순환을 낳았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비수도권에서 당진시는 합계출산율 1.08명(2024년)으로 전국 수위를 기록했다.

결국, 대구 경제를 살리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양질의 기업이 유치돼야 한다. 동병상련인 다른 비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이전 중심의 혁신도시, 정부·지자체 주도의 기업도시들은 실패했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로 기업을 유치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 의지와 추진력이 있는 단체장을 뽑아야 한다. 아울러 지난달 8일 무산된 개헌안에 담긴 국가균형발전 조항과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 등 자치권 강화 조항이 지방선거 이후 여야 합의로 통과되기를 바란다. 헌법에 국가의 균형발전에 대한 책임성과 분권화를 통한 지방자치단체 자율성을 규정해야 경제 살리기 실천력과 효과가 담보된다.

김충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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