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인사아트위크 개막… 박정자가 들려주는 ‘정순왕후의 삶’
김별아作 ‘영영이별…’ 낭독
정순왕후, 단종사후 60년 오욕
“권력 앞에 희생당한 아픔 여전
현실과 각자의 삶 되돌아보길”
“열여덟에 단종과 생이별한 뒤 60여 년을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정순왕후의 삶은 결코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박정자(84·사진) 배우는 지난달 29일 이같이 말했다. 한국 연극계 산증인으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그는 조선 비운의 왕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의 이야기를 그린 낭독극 ‘영영이별 영이별’로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5일 오후 4시 서울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인사동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축제 ‘인사아트위크’ 개막을 장식하는 특별한 무대로, 문학수첩 Ent.에서 제작 지원했다.
‘영영이별 영이별’은 김별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정순왕후 송 씨는 열다섯 살에 왕비가 됐으나,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사사(賜死)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서인에서 걸인, 날품팔이꾼을 전전하는 가혹한 운명을 홀로 견디며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공연은 정순왕후의 고독과 그리움을 박 배우의 깊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풀어낸다. 그는 단순히 소설을 낭독하는 것을 넘어, 역사 속 인물의 서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한 여성의 실제 삶이라는 점이 와 닿았어요. 권력 앞에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아픔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죠. 정순왕후가 못했던 말을 단종에게 전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오늘날 관객들에게 건네는 이야기예요.”
그는 이 작품에 얽힌 고 윤석화 배우와의 각별한 인연도 들려줬다. “소설이 출간되고 모노드라마를 해보라는 권유를 주위에서 받았어요. 후배 윤 배우가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 제가 소설을 손에 쥐여줬죠.” 그렇게 2005년 윤 배우의 모노드라마가 산울림 소극장에서 선보였고, 박 배우는 10여 년 전부터 낭독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공연은 역사와 문학, 음악이 어우러진 드라마 콘서트다. 해금 연주자 강은일과 기타리스트 이정엽의 연주가 함께하고, 서용선 화백의 단종 회화 10여 점이 슬라이드와 영상으로 무대를 채운다. 박 배우는 “서 화백의 단종 시리즈가 너무 좋아 직접 공연 사용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화제를 모으면서 서 화백의 단종 그림은 서울과 영월, 뉴욕의 네 군데의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정순왕후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박 배우는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공연을 통해 상상하며 그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길 권했다.
현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출연과 7월 4일 개막하는 연극 ‘오이디푸스’ 연습이라는 바쁜 일정 속에서 이 작품을 다시금 꺼내 든 박 배우는 단지 단종과 정순왕후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죠. 관객들이 우리의 현실과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지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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