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MZ호러 ‘기리고’ 형욱役 열연… 배우 이효제
넷플릭스 ‘기리고’는 호러 장르에서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손꼽힌다. 한국을 비롯해 이집트, 볼리비아 등 24개국에서 흥행 1위에 오르며 비(非)영어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대 신인 배우들이 일군 성과라 더욱 값지다. 글로벌 스타의 이름값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젊은 배우들의 힘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극 중 형욱 역을 맡은 배우 이효제(22)다.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이효제는 “수학 만점”이라는 지극히 고등학생다운 소원을 빌었다가 죽음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호평받았다.
분명 신인인데, 이 배우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도’ ‘가려진 시간’과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인간실격’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동원, 소지섭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아역을 연기했던 인물이다.
발군의 연기력으로 주목받았으나 20대가 되고 성인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5월 말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100번 넘게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면서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기리고’는 이효제가 낭떠러지 앞에서 만난 작품이었다. 다른 배역이 모두 정해지고 오로지 형욱 역만 남은 상황에서 오디션장을 노크했고 체중을 20㎏ 이상 불려 배역을 쟁취했다. 오디션 현장에서 감독은 “살을 찌워 본 경험이 있냐?”고 물었고, 이효제는 “할 수 있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한 달 반 동안 24㎏을 불렸다”는 그는 “제가 좋아하는 로제 떡볶이와 불닭을 선택했다. 당면도 추가해 먹고,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느낄 때 김밥 한 알을 더 입에 넣었다”면서 “위장이 커지니 윗배가 먼저 나오고 점차 몸무게가 늘었다. 그 과정에서 배달비가 평소보다 4배 넘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효제가 ‘기리고’로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외형을 바꿔서가 아니다. 특정 상황에 몰입하는 오타쿠 기질을 가진 형욱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오타쿠나 찐따 같았다’ ‘주변에서 형욱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반응이 반가웠다”며 “살을 찌우는 과정이 힘겨웠지만 이런 반응을 보면서 ‘내 분석이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느꼈다. 모든 노력에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활발히 활동하던 이효제는 ‘기리고’가 공개되기 전까지 1∼2년가량 공백기를 가졌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이런 불안감이 안정됐던 연기력에도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오디션에서도 번번이 낙방했다. 그 사이 이효제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처음부터 연기를 다시 배워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내가 재능이 있나’ 회의감을 느꼈죠. 그런 저에게 ‘기리고’는 ‘아! 계속 연기를 해도 되겠구나’라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후회 없이 해보자’며 달려든 작품이었는데, 길지 않았던 제 연기 여정에 큰 변곡점이 된 것 같습니다(웃음).”
안진용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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